연예계에 미투운동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할리우드리포트 등 외신은 김기덕 감독 성폭행 혐의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미투운동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조재현, 故조민기, 오달수, 남궁연 등에 대한 피해자들의 폭로가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예계 성추행사건은 가해자가 TV와 영화 속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계속 보여지므로 피해자들에게는 더욱더 큰 상처를 오랜 시간 각인시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더욱 고통 속에서 살고 있고, 좀 더 나아진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연예계 미투운동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상습 성추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앞두고 지난 9일 숨진 故조민기 사건은,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됐다. 이에 조씨의 성폭력을 고발한 여성이 인터넷공간에서 악의적 댓글에 시달리는 등 미투운동 확산에 대한 반발정서도 표출되기 시작했다. 실제 해당 피해자의 소셜미디어(sns)에는 “가해자 인권도 생각해야지, 매일 피해자 인권만 주장합니까?”와 같은 악성 댓글이 달리고 있다. 강제추행 등 성폭력피해에 대한 호소가 명예훼손과 충돌하는 것이다.
강제추행의 강제성은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폭력뿐만 아니라 그 반항을 포기하게 하는 강압적 폭력을 포함한다. 조씨 사건은 가해자의 진술을 확인할 수 없게 됐지만, 피해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교수와 제자 간의 관계라는 지위관계와 앞으로 활동해야 할 연예계의 대선배로서 본인들의 평판 때문에 조씨의 행위에 쉽게 대항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강압적 폭력은 인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피해자들의 폭로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미투운동은 기본적으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형법 제307조 제1항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투운동은 언론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되므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더욱 명확히 인정된다. 다만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로 인정돼 위법성을 조각하고 있다.
미투운동의 취지를 고려하면 피해자들의 폭로는 충분히 위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한다. 다만 피해자의 폭로를 접한 일반인들의 가해자에 대한 마녀사냥 식 허위 사실 유포의 경우에는 진실성과 공익성이 없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함은 물론이다. 반대로 미투운동을 희화화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 또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 피해자들의 절박한 피해 호소와 가해자의 사망 등으로 얼룩진 상황에서 2차 피해 방지 및 미투운동의 취지를 살려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모두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유력자의 봉건적 권력문제가 심각한 것이 연예계다.
오랜 시간 침묵했던 연예계에 퍼진 미투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렇다’는 그릇된 인식이 결국 많은 여성들의 피해를 키워왔고, 감내해야 할 통과의례처럼 받아들여졌다. 계속적인 미투운동과 이에 대한 적절한 처벌과 응답으로 성 착취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님을 강하게 각인시킬 기회로 삼아야 한다.법무법인 주한 대표변호사 홍승훈
/uu84_star@fnnews.com fn스타 유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