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OST 만드는 남자 박성일,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
2020.03.22 14:04
[fn★송라이터②]에서 이어집니다.
[FN스타 백융희 기자] JTBC ‘이태원 클라쓰’의 한 축을 담당한 건 박성일 음악감독이었다. 드라마는 흥행했고 팬들은 배우들과 작품에 몰입했다. 동시에 OST도 큰 사랑을 받았다. OST가 드라마 인기에 큰 영향을 줬을 정도로 높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과거만 해도 일반 대중가요 등을 드라마 OST에 삽입했지만, 최근에는 드라마의 메인 테마곡 등이 OST로 발매, 큰 사랑을 받는다.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기 때문에 영상과 완벽한 합을 이루며 사랑받는 셈이다.
이쯤 되면 음악을 총괄한 박성일 음악감독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박 감독은 ‘이태원 클라쓰’를 비롯해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아스달 연대기’, ‘구해줘1·2’, ‘나의 아저씨’, ‘시그널’, ‘미생’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음악감독으로서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만 약 500여 곡 가까이 될 정도로 오랜 시간 작곡가로 활동했다. 이런 노하우를 살려 영상 음악에 접목, 그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까지 작업할 작품들도 이미 일정이 정해질 만큼 업계에서는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그가 대표로 자리하고 있는 호기심스튜디오가 있다.
‘OST 제작’ 호기심스튜디오, 체계적 시스템
‘이태원 클라쓰’ OST의 성공 원인 중 하나는 역할분담이다. 호기심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음악감독으로 팀원을 이끌고 있는 박 감독은 구성원의 명확한 롤을 나누고 곡 작업을 한다.
“호기심스튜디오에서 방송에 적합한 음악을 기획하고 제작해요. 저희는 각 파트별로 기획할 때부터 나온 소스, 시놉시스 등 모든 데이터를 공유해요. 녹음할 때 레코딩 버튼을 누르는 엔지니어부터 행정, 계약 등을 관리하는 이사님에게까지도 음악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를 해요. 본격적으로 체계를 갖춘 건 3년이 조금 넘어요. 매니지먼트 등 일로 만난 업체들과 함께하게 되는데 작품을 모르면 협업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모든 직원이 작품을 잘 파악하고 있으면 결과물도 확실히 달라져요. 현재까지는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박성일 감독의 이런 신념은 곡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작가들의 역량을 더 많이 끌어낼 수 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드라마 OST에서 가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음악과 함께 극의 성격을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사를 쓰는 작가는 미리 작품을 보지 않고 작품 일부를 보고 작업을 시작한다. 방향이 어긋날 수도 있지만, 박 감독은 소통을 통해 최상의 결과물을 끌어낸다.
“저와 손발을 맞춰본 작가분들과 함께하고 있는데 본인 역할을 잘해줘요. 개인마다 나름의 색깔이 있는데 그 특성에 맞게 곡을 맡기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트렌디한 걸 원할 때에는 왠지 이태원에 가서 놀 것 같은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깊이 있는 걸 원할 때는 조금 더 연륜이 있는 분들에게 곡을 줘요. 원작 작가님, 연출 감독님들은 글에 굉장히 민감해요. 곡은 각자의 정서대로 기억하지만, 가사는 곡의 성격을 확실하게 드러내 주죠. 그래서 가사는 미리 컨펌을 받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박 감독은 “일반적인 글과 노래 가사는 성향이 다르다”며 “가끔은 제작진에게 가사에 대한 이해를 설득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에 작사가들을 컨트롤, 작품에 맡게 명확한 디렉팅을 하는 편이다”라고 가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OST, 가요와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요?
최근 주요 음원 순위에서 OST 음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대중가요와 OST 음악의 경계가 사라진 것. 하지만 OST 음악과 대중가요는 엄연히 다른 영역으로 볼 수 있다.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영상에 맞춰진 음악인 것. 영상을 위한 음악은 박 감독이 단기간에 음악감독으로서 자리 잡은 비결이기도 하다.
“OST부터 Score까지 작품에 찰떡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작품의 정서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만든다는 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에요. 작품의 코드, 캐릭터부터 멜로디, 가사까지 모든 영역에서 민감하죠. 특히 가사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작품을 잘 알아야지 영상과 잘 맞물리는 가사를 쓸 수 있어요. ‘이태원 클라쓰’ OST ‘돌덩이’는 다소 센 단어지만, 작품 속에 나온 시를 가사로 만든 음악으로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죠.”
음악감독으로 살아간다는 것
대중가요 작곡가로 활동하던 박성일 감독은 김원석 감독을 만난 후 본격적으로 음악감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음악감독으로서 낸 작품 수에 비해 굵직한 작품에 참여, 훌륭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그는 과거 음악을 하면서 느꼈던 장르의 갈증에서 해소, 더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전했다.
“음악감독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점은 주류 음악에 편승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과거 가장 부러웠던 게 자기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어요. 어떤 가수든 자기 색깔을 유지해야 하잖아요. 곡을 만드는 저 역시 가수의 콘셉트에 맞는 음악을 해야 했죠.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복이라는 생각을 해요. 어느 날 힙합이 필요한 작품을 만나면 힙합을 할 수 있고, 여러 동료와 함께 할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에요.”
박 감독은 영상 음악에 대해 뚝심 있는 철학을 밝혔다. 영상을 위한 음악이기 때문에 오로지 최우선을 영상에 둔다는 것.
“음악감독으로서 경험이 쌓이면서 달라진 점이 있어요. 누구 곡인지, 누가 불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영상이 첫 번째라는 거예요. 유명한 가수라고 해서 많은 분량의 영상에 곡을 넣지 않고 꼭 맞는 부분에 음악을 사용해요. 그 예로 ‘시그널’ 당시 장범준 씨와 ‘회상’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영상에 딱 한 번 곡이 나갔어요. 그런데 히트했어요. 작품에 많이 쓰고 안 쓰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한 번을 써도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곡과 작품, 가수에게 모두 도움이 되죠.”
박성일 감독에게 오랫동안 꾸준하게 잘해올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그는 “음악감독으로서 는 이제 막 시작한 신인 감독이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순위를 위한 것이 아닌 작품을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는 그에게서 남다른 소신을 느꼈다.
/byh_star@fnnews.com fn스타 백융희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