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드라마의 한 장면에 OST가 잘 맞물렸을 때 흥행에 탄력을 받는다. 특히 한 작품이 끝나도 OST는 계속해서 대중들에게 회자되기도 한다. 드라마와 함께 OST가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들이 있는 가운데 SBS 월화드라마 ‘사내맞선’이 그 배턴을 이어받았다. 최근 종영한 ‘사내맞선’은 멜로망스, 이무진, 김세정, 뱀뱀 등이 참여한 OST로 주요 실시간 음원 차트에 안착했고 종영 이후에도 국내외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반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OST의 흥행 배경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음악레이블인 제작사 플렉스엠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플렉스엠에서 최재우 부사장과 만나 ‘사내맞선’ OST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최재우 부사장은 음반 제작부터 작사가 등 가요 업계 전반적인 분야에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그는 ‘사내맞선’ OST 작사에도 참여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최재우 부사장은 ‘사내맞선’ OST의 성공 소감으로 오랜 경험으로 쌓인 데이터베이스와 시스템, 그리고 전략을 꼽았다.
“처음 플렉스엠이 설립됐을 때 간접적으로 OST 제작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전체적인 제작 과정을 경험해본 인력은 저뿐이었어요. 이후 몇 편의 OST를 제작하면서 플렉스엠 모든 직원이 각각 맡은 분야에서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이런 부분에서 가장 뿌듯함을 느껴요. 또 드라마 제작 전에 제작사와의 미팅을 통해 OST를 부른 가수의 공연 혹은 버스킹 등의 장면 삽입을 요청했고 컬러링, 벨소리, 매장 음악 등 다양한 형태의 반복 노출을 요청했어요. 운이 좋게도 이 모든 것들이 받아들여지고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최재우 부사장은 플렉스엠 최갑원 대표이사와 ‘가들’이라는 필명으로 ‘스윗해’부터 ‘MELTING’, ‘봄바람처럼 날 찾아와’ 등 다수의 ‘사내맞선’ OST 작사에 참여했다. OST의 경우 급박하게 작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드라마의 내용을 공개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최재우 부사장은 필요한 순간 작사가로 지원사격, 일부 음원의 작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급하게 음원 작업이 이루어질 때는 빠르게 드라마 상황에 맞는 가사 작업이 필요해요. 그리고 사전에 드라마 내용을 공개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다행히 플렉스엠에는 저뿐만 아니라 대표직에 있는 최갑원 작사가가 있어 공동으로 가사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작업한 결과물에 대해서는 ‘가들’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고 이 명칭은 ‘작사 : 가들’, ‘작사가들’이라는 표현에서 제가 지은 필명이에요.”
드라마의 한 장면에 음악이 삽입될 때 비로소 극이 완성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에 최재우 부사장은 화면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음악을 접하게 되고, 또 그 음악이 드라마를 더 극적으로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노하우와 다수의 대작을 만드신 박세준 음악감독님과의 소통과 호흡이 매우 좋았던 것 같다”며 음악감독의 공이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재우 부사장은 OST와 스토리가 함께 빛났던 인상 깊은 장면을 꼽았다.
“드라마에 OST가 어떻게 나오느냐를 중점적으로 보게 되는데 여의주(김현숙 분) 부장과 계빈(임기홍 분) 차장의 러브신에서 주연 배우들보다 더 강한 해피 바이러스를 받았어요. 또 ‘사랑인가봐’가 배경으로 나왔는데 이 부분에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던 것 같습니다.(웃음)”
앞서 최재우 부사장은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MBC ‘그녀는 예뻤다’, SBS ‘별에서 온 그대’, ‘시크릿 가든’ 등 수십여 편의 드라마 OST 작사에 참여했다. 이름을 올린 OST만 ‘우연히 봄’부터 ‘안녕’, ‘It’s you‘ 등 약 150여 곡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음원 가사와 OST 가사 작업에는 차이점이 있을까? 최재우 부사장에게 이에 관해 묻자 그는 특별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와 음원을 따로 놓고 들어도 좋을 것 같은 테마를 찾고 제목을 정한 뒤 글을 쓰려고 해요. 드라마에 어떻게 쓰이게 될지 고민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테마에 해당하는 배우들의 인물과 배경 소개를 체크하고 가장 임팩트 있는 한 장면을 묘사하면서 가사를 시작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쓴 가사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아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플렉스엠에서 겸직, 프로듀싱 및 작사가로도 활동 중인 최재우 부사장에게 다양한 역할 속에서 중심을 잡는 법에 관해 묻자 그는 “성취감과 보람을 쫓는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고 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플렉스엠 역시 그의 철학을 기반으로 ‘좋은 음악’을 위해 힘쓸 예정이다.
“좋은 가수와 좋은 곡은 지금이 아니어도 많은 사랑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트렌드에 편승하는 것보다는 오랫동안 사랑받고 불릴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특히 저희와 함께하는 가수들의 음악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것도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도 먹어봐야 그 맛을 알 듯 음악도 마찬가지죠.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음악을 들려주는 게 마케팅이고, 이 부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특히 최재우 부사장은 케이팝(K-POP)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발라드 보컬의 글로벌화를 위한 다각적인 시도를 펼치려고 해요. 아이돌 중심의 글로벌 진출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시작으로 많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발라드 장르 보컬의 해외 진출 기회는 드라마 OST밖에 없어요. 자사 소속 아티스트로 OST는 물론 해외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타켓 국가들에서의 국내 성공 바이럴 영상 등을 꾸준히 기획, 누적해왔고 이제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어요. 더 많은 곳에서 우리나라 가수들이 역량을 펼칠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byh@fnnews.com 백융희 기자 사진=플렉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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