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공연

“낯설게 혹은 애정 어리게” 1월 8일이 전하는 작사의 시작점

2022.05.31 11:23  

[SOME PEOPLE ①]에서 이어집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 중, 유독 특별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케이팝(K-POP)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가운데 확고한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음악’에 있다. 기획사의 철저한 시스템 아래 발굴, 육성된 아이돌 그룹의 매력과 좋은 곡이 맞물려 ‘케이팝 열풍’을 일으키는 데 한몫한 것.

특히 곡은 물론 작사에도 여러 명의 작사가가 한 곡의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는 등 ‘곡의 퀄리티’가 중심에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런 흐름에 따라 팀 작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작사 팀으로 꾸준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1월 8일(전지은, 김정미, 황선정)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1월 8일은 국내에서 작사 팀으로 활동한 선두주자인 동시에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룹 엑소부터 샤이니, 소녀시대, 레드벨벳,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수많은 그룹에게 히트곡을 안긴 작사 팀 1월 8일은 최근 fn스타에 작사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1월 8일은 10년 동안 100여 곡의 가사에 이름을 올렸다. 짧지 않은 기간, 적지 않은 곡의 가사를 써온 만큼 특별히 애착 가는 곡이 있지 않을까? 이들은 팀으로 가장 의미 있는 곡은 데뷔곡 가수 나미의 ‘보여’라고 말했다. 데뷔에 대한 압박을 받았던 순간 기적처럼 찾아온 곡이기 때문이다. 학원을 통해 데뷔한 후 승승장구했지만, 결코 첫 발걸음을 떼기까지의 시간이 짧게 느껴지진 않았던 것. 그리고 1월 8일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애 곡’에 관한 이야기도 전했다.

“레드벨벳의 ‘어바웃 러브(About Love)’가 조금 특별해요. 사실 처음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은 다른 느낌이었는데 제가 느낌 감정, 분위기를 많이 담았어요. 원래 댓글을 많이 안 보는 편인데 유독 가사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던 곡이기도 하죠. 결국 가사는 공감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런 부분이 많이 닿았다고 생각해요. 또 한 뮤지션 분이 SNS에 가사를 올리고 좋은 말을 해준 적이 있어요. 이런 특별한 일들이 많이 있어서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김정미)

“NCT DREAM의 ‘오르골’이에요. 가사를 빨리 쓴 곡인데 저한테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준 곡이에요. 학원에서 수업할 때 학생들한테 ‘나 자신을 지우고 팀한테 어울리는, 곡에 어울리는 가사를 써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오르골’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 쓰듯 써 내려간 곡이에요. 곡이 발매된 후 용기, 위안을 얻었다는 댓글을 보고 나서 제가 전하고 싶은 감정, 메시지가 닿았다는 느낌을 받아서 현재까지는 저의 가장 ‘최애 곡’이에요.(전지은)


“사실 한 곡에 크게 애착을 두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샤이니의 ‘이별의 길’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주도적으로 적어 내려간 곡이기도 하고요. 보통 아이돌 곡 의뢰를 주로 받는데 아무래도 템포가 빠른 곡이 많아요. 제가 처음 작사를 시작했을 때 쓰고 싶었던 내용은 발라드에 가까웠던 데다가 샤이니라는 팀도 좋아해서 깊은 감정을 담을 수 있던 것 같아요.”(황선정)

“(선정이가) 그 곡을 쓸 때 ‘샤이니 곡 중에서 ‘사랑의 길’이 있는데 ‘이별의 길’ 어때요?’라고 의견을 물어서 깜짝 놀랐어요. 원래 있는 곡에 이어서 쓰는 후속곡 같은 느낌이잖아요. 앞에서 (가사 쓸 때) 정보 수집, 분석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 가수에게 맞는 좋은 테마가 나오기도 해요.”(전지은)

덧붙여 1월 8일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느냐 묻자 그룹 레드벨벳의 ‘어바웃 러브(About Love)’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재작년쯤에 SNS로 저희가 쓴 가사 일부분이 책 제목으로 나왔다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찾아보니 저희가 썼던 가사 그대로, 심지어 자수를 맞추기 위해 비표준어를 사용했는데 그 부분까지 똑같이 들어가 있었어요. 표절이라고 생각해서 변호사분의 도움을 받아 출판사 쪽에 조치했고 전량 회수 및 폐기하는 쪽으로 진행됐어요.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저작권 인식 문제는 물론 가사는 당연하게 가져다 써도 된다는 표준을 남길까 봐 무서웠어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였죠.”(김정미)


일반 회사처럼 시험이나 채용 공고를 통해 작사가를 뽑는 일은 드물다. 과거만 해도 작사가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기회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루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작사 아카데미 등을 통해 작사가가 배출, 현재 수많은 작가가 활동 중이다. 1월 8일 역시 작사 학원을 통해 데뷔했고 예비 작사가를 교육하고 양성하고 있기에 누구보다 작사가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어떤 일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정신 상태가 큰 덕목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정신은 물론 체력적인 부분도 잘 관리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가사는 사람 사는 이야기와 감정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접하는 모든 게 다 가사 소재가 될 수 있어요. 모든 지 낯설게 혹은 애정 어리게 바라보는 것부터가 가사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봐도 처음엔 다 비슷해요. 결국엔 얼마나 무던히 또 얼마나 꾸준하게 노력하는지가 중요한 부분이죠. 더불어 대중 예술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필요해요. (1월 8일)

끝으로 1월 8일은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묻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좋은 가사를 쓰고 싶다”고 작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byh@fnnews.com 백융희 기자 사진=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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