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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40km? KIA 신인 5선발 윤영철, 편견 비웃으며 시즌 2승 조건 달성
2023.05.17 21:07
[파이낸셜뉴스 = 대구, 전상일 기자] 윤영철은 올 시즌 신인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 선수다. 물론, 문동주나 이용준, 김동주 등도 있지만, 이들은 중고 신인이다. 이미 프로에서 어느정도 육성을 받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윤영철은 다르다. 이제 갓 고교를 졸업한 고교생이나 다름없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기아 타이거즈의 당당한 5선발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고졸 신인이 시즌 시작부터 5선발을 돌면서 시즌을 끝까지 치룬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까마득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고교와 프로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진 현재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윤영철은 달랐다. 윤영철이 5월 17일 대구 삼성전에서 시즌 2승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5.1이닝 무자책점(황대인의 실책은 윤영철의 실점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윤영철의 스피드는 빠르지 않았다. 160km 시대가 도래한 현재 140km도 안되는 속구는 그의 가치를 평가절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마운드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항상 스트라이크를 넣으며 분위기를 압도했고, 우타자 상대로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 좌타자 상대로 스트라이크와 흘러나가는 두 종류의 120km대의 슬라이더가 춤을 추었다.
윤영철의 강점은 일단 디셉션이 좋아서 공이 잘 안보인다는 것, 프로의 좁은 스트라이크존에도 전혀 제구력의 영향이 없다는 점, 그리고 프로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변화구가 2개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안타를 맞아서 씩 웃고 마는 담대함도 있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롯데 신인 김민석은 비 시즌 당시 "스피드는 안 빨라도 정말 치기 힘들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상대 수아레즈에 비하면 구위가 초라했지만, 윤영철은 그의 절반도 안되는 4안타밖에 맞지 않았다.
물론, 윤영철의 올 시즌 성적은 특출나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성적에는 완전 신인이라는 것, 그리고 풀타임 선발이라는 어마어마한 가산점이 들어가야 한다. 만약, 윤영철이 시즌을 풀타임으로 끝까지 돌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사건이다. 이는 천하의 문동주나 안우진도 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윤영철은 이번 등판을 마지막으로 10일간의 달콤한 휴가에 들어간다. 아직 시즌이 끝날려면 한참 남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윤영철을 개막 5선발로 집어넣은 김종국 감독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가 증명해냈다.
기아는 윤영철의 호투 속에 8회 현재 7-3으로 앞서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