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건 무슨 악연인가 싶다. 대한민국이 6회 연속으로 8강에서 이란을 만날 확률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는 세계 축구사에 유례가 없는 인연이다.한국은 첫 경기에서 바레인을 3-1로 꺾었다. 이란은 팔레스타인을 4-1로 꺾었다. 이변이 없다면 조 1위로 양 팀이 모두 16강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게 되면 8강에서 만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전력적으로 양 국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이란은 1996년 대회부터 5개 대회 연속 8강에서 조우했다. 1996년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2-6이라는 기록적인 스코어로 참패한 바 있다. 지금까지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허용한 최다골이기도 하다. 2000년 대회에선 연장 골든골로 2-1 신승했다. 2004년 대회에서는 3-4로 패배했다.
2007년 대회에선 120분간 무득점 이후 승부차기에서 4-2로 꺾었다. 2011년 AFC 아시안컵에서도 8강에서도 만나 이번에는 연장전 끝에 1:0 승리했다.
공교롭게도 정규시간 내에 끝난 승부는 이란이, 연장까지 간 승부는 한국이 승리했다. 무엇보다 더 희안한 인연은 8강에서 이긴 팀이 전부 4강에서 탈락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양 팀은 만나면 혈투였고, 그것이 4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2011년은 박지성의 은퇴 무대였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통산 4번째 우승을 노리는 이란에는 간판 공격수 아즈문이 있다. 이란 대표팀의 핵심 전력인 아즈문은 A매치 75경기에서 49골을 넣어 '이란의 메시'라고도 불린다.
다만 아즈문은 최근 소속팀에서 활약이 저조하다. 2022년 1월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 합류해 두 시즌 동안 5골 2도움을 기록한 뒤 올 시즌 임대로 이탈리아 AS로마 유니폼을 입고서는 세리에A에서 1골을 넣었다.
이란의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포르투)도 주목할 만하다. 타레미는 A매치 77경기에서 43골을 넣었다.
특히 지난해 6월 중앙아시아축구협회(CAFA) 네이션스 컵에서는 조별리그 2경기 연속 해트트릭, 결승전에서 결승 도움으로 이란의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2연전에서는 홍콩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2골 1도움을 올렸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도 평정했다. 타레미는 지난 시즌 리그 33경기에 출전해 22골 8도움으로 맹활약하고 득점왕(골든 부츠)까지 차지했다. 올 시즌엔 리그 3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로 아시아 국가 중 일본(17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이란은 통산 4번째이자 자국에서 열린 1976년 대회 이후 48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이란은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전반 2분 카림 안사리파르드, 12분 쇼자 할릴자데, 38분 메디 가예디의 연속골로 크게 앞서나갔다.
또한 후반 10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사르다르 아즈문이 왼발로 득점하면서 4-1 승리를 매조졌다.
<역대 한국 이란 아시안컵 전적>
1996년 : 2:6 패배, 이란, 사우디에 패배하여 4강전 탈락. (사우디 우승, 이란 3위)
2000년 : 2:1 승리, 대한민국, 사우디에 패배하여 4강전 탈락. (일본 우승, 한국 3위)
2004년 : 3:4 패배, 이란, 중국에 패배하여 4강전 탈락. (일본 우승, 이란 3위)
2007년 : 0:0 무승부(PK 승), 대한민국, 이라크에 승부차기 패배로 4강 탈락. (이라크 우승, 한국 3위)
2011년 : 1:0 승리(연장), 대한민국, 일본에 승부차기 패배로 4강 탈락. (일본 우승, 한국 3위)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