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연패는 없다, 포기도 없다!" 김태형 감독의 마법이 롯데를 살렸다

김태형 감독, 9회 연속 대타 작전으로 경기 뒤집어
8회에 수비 교체, 투수교체도 딱딱!
2025년 단 한번의 스윕패, 4연패 없는 롯데
최하위 키움에게 연패 위기에서 3위 자리 굳건

2025.08.02 21:43

[파이낸셜뉴스] 한 경기, 단 한 경기. 감독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적어도 현대 야구에서는 그렇다.

감독은 라인업을 잘 구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그 하루를 책임지는 건 오롯이 감독의 몫이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은 그것을 해냈다. 벼랑 끝에서 꺼낸 ‘한 수’가 롯데 자이언츠를 구했다
8월 2일 고척스카이돔. 롯데 자이언츠는 또 다시 패색 짙은 9회를 맞이하고 있었다. 스코어는 1-2. 전날 경기에서 패하며 최하위 키움에게 2연패를 당할 위기였다. 롯데는 어제 경기 고작 안타를 4개 밖에 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 8회까지 3안타밖에 못쳤다. 리그 타율 1위를 달리는 롯데 타선이 갑자기 죽어버렸다.

그리고 8월 2일 마운드에는 키움의 신예 마무리 주승우가 서 있었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달랐다. 8회말부터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평범한 경기라면 그대로 넘어갈 수 있는 수비 위치 조정에서 시작이었다.

우익수 고승민을 1루로 이동시키고, 김동혁을 우익수로 집어넣었다. 타순의 흐름을 의식한 ‘포석’이었다. 그리고 4번 타자 카디네스가 우익수 방면으로 날린 큼지막한 타구는 정확히 교체된 김동혁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8회 1사를 정리하자마자 2사 후 김 감독은 다시 움직였다. 최준용 대신 정철원을 투입한 것도 김 감독의 판단이었다. 원정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정철원. ‘수치’와 ‘감’ 모두가 낳은 결정이었다.

그리고 9회. 김태형 감독의 시그니처가 터졌다.

선두타자 고승민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자, 3번 타자 손호영에게 주저 없이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2사 1, 2루. 타석에는 유강남이었다. 최근 5경기 타율은 무려 0.529. 하지만 김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주저 없이 대타 전준우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전준우는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중전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타석, 김 감독은 또다시 김민성을 대타로 투입했다. 결과는 우익수 키를 넘기는 천금의 역전타. 전준우, 김민성. 두 개의 대타 카드가 모두 적중했다. 연패의 문턱에서 팀을 건져낸 완벽한 작전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다시 마무리 카드 김원중을 꺼내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 순간, 롯데는 ‘스윕패 없는 시즌’이라는 대기록을 또 한 번 지켜냈다. 올 시즌 롯데는 단 한 번의 스윕도 없고, 4연패도 없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는 그 연패를, 그 한 경기를 막기 위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 승리로 2위 LG와의 격차를 4경기로 유지하며 3위를 사수했다. 반면, 키움의 선발 김윤하는 또다시 승리를 눈앞에서 놓치며 16연패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2023년 장시환(19연패), 2011년 심수창(18연패)에 이어 역대 공동 3위의 불명예 기록이다.

경기 후, 고척의 롯데 팬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감독이 해줬다.”
그 말 한마디면 오늘 경기를 설명하는데 충분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