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삼성 라이온즈의 '끝판대장' 오승환(42)이 마침내 마운드를 내려놓는다. 21년 동안 한국과 일본, 미국 무대를 넘나들며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철벽 마무리는 이제, 조용히 작별을 준비한다.
지난 주말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오승환은 유정근 구단주 겸 대표이사와 만나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수많은 밤을 태우며 땀과 함께 쌓아 올렸던 시간들.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오래 고민했고, 많은 감정이 오갔다고. 그러나 이제는 후배들에게 길을 내줄 시간이라 여겼고, 다양한 리그에서 수많은 경기를 뛸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고. 그는 "늘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마음, 은퇴 후에도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유니폼 번호 21번은 이제 더 이상 누구도 달 수 없다. 이만수(22), 양준혁(10), 이승엽(36)에 이어 구단 사상 네 번째로 영구결번으로 지정된다. 전설은 그렇게 기록만이 아니라 상징으로도 남게 됐다.
삼성 구단은 오승환이 원한다면 해외 코치 연수도 전폭 지원할 계획이다. 올 시즌 남은 기간 동안은 별도 엔트리 등록 없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KBO 및 타 구단들과 협의를 거쳐 '은퇴 투어'도 예정하고 있다. 정규시즌 말미에는 그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은퇴 경기도 펼쳐질 예정이다.
2005년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오승환은 데뷔 첫해 전반기 막판부터 마무리 보직을 꿰찼다. 이후 그라운드는 곧 그의 무대가 됐다. 2006년과 2011년에 기록한 47세이브는 여전히 KBO 단일 시즌 최다 타이기록으로 남아 있다. KBO 통산 737경기에서 427세이브, 평균자책점 2.32. 구단을 넘어 리그 전체의 상징으로 군림했다.
2013년, 삼성의 통합 3연패를 이끌고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한 그는 일본 무대에서도 단 두 시즌 만에 80세이브를 쌓아올렸다.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세인트루이스, 토론토, 콜로라도 등에서 마무리와 셋업맨으로 활약하며 42세이브, 45홀드,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했다. 불펜 투수로는 드물게 한미일 모두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증명한 인물이었다.
2019년 여름, 그는 다시 대구로 돌아왔다. 출발지였던 그곳으로. 그렇게 오승환은 마침내 원을 닫았다. 한·미·일 통산 세이브 549개. 이 숫자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야구 인생을 온전히 던져 만든, 한 인간의 생애와도 같은 숫자다.
그를 두고 사람들은 말했다. 끝판대장은 다시 나오지 않을 존재라고. 그리고 이제, 정말로 그 말은 사실이 된다. 유니폼은 벗었지만, 21번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승환은 떠나도, 그의 야구는 영원히 남는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