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나흘간 제주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리는 제12회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는 윤이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년 전 긴 출전 정지 징계를 마치고 첫 우승을 따냈던 대회이자, 국내 투어 상금왕과 대상, 최저타수상이라는 3관왕 질주에 시동을 걸었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윤이나는 "이번 대회가 첫 타이틀 방어전이자, 오랜만에 한국 팬들을 만나는 자리라 무척 설렌다"며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고 이번 대회를 통해 또 한 걸음 나아가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올해 초 기대 속에 미국 무대로 진출한 윤이나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17차례 LPGA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단 한 번도 들지 못했고, 컷 탈락이 무려 7차례에 이른다. 최고 성적은 US여자오픈 공동 14위. 국내에서 7차례 톱10에 진입하고도 우승에 목말랐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낯선 환경 속 시행착오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의 고민은 깊지만 '가장 열광적인 팬덤을 지닌 KLPGA 스타' 윤이나의 이름값은 여전하다. 국내 복귀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번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는 대회의 관심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윤이나는 팬들의 기대를 의식한 듯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짧지만 단단한 메시지를 남겼다. 국내 무대 복귀를 계기로 다시 상승세를 그릴 수 있을지, 윤이나에게는 '반전'의 시발점이 절실하다.
그러나 타이틀 방어는 결코 쉬운 미션이 아니다. 가장 강력한 도전자는 단연 방신실(21·KB금융그룹)이다. 올 시즌 상반기에만 2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탄 방신실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도 준우승을 기록한 바 있다. 방신실은 "제주도의 바람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난주 영국 대회에서 강한 바람에 대비했던 경험을 잘 살리겠다"고 예고했다. 샷 감각과 컨디션 모두 나쁘지 않다는 평가 속에 시즌 3승에 도전한다.
고향 제주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노리는 고지우(23·삼천리)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최근 시즌 첫 우승을 신고한 그는 "고향에서 열리는 스폰서 대회이기 때문에 욕심이 난다"며 "예전에 이 코스에서 전지훈련도 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시즌 중 한 차례씩 정상에 오른 박현경, 이동은, 김민선7, 노승희, 박혜준 등도 출전한다. 박성현, 지한솔 등 과거 이 대회 우승자들도 출전해 2번째 우승을 노린다. 이들은 모두 윤이나의 타이틀 방어를 저지하기 위한 현실적 경쟁자들이다.
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윤이나의 '이름값'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징계 이후 1년 6개월 만에 복귀해 승리했던 지난해 이 대회는 단지 한 번의 우승이 아닌 '회복과 반등'의 상징이었다. 이번 복귀전 역시 같은 무대에서 또 한 번 그의 커리어에 결정적인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윤이나는 "체력과 컨디션도 좋다"며 "기분 좋은 기억이 있는 대회에서 또 한 걸음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이곳에서 눈물을 훔치며 우승 세리머니를 했던 그날처럼, 단순한 방어전이 아닌 '재기의 무대'가 될 수 있을지 골프 팬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