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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승 투수 보내고 벨라스케즈 영입... 김태형 감독의 목표는 3위가 아니다

10승 투수 데이비슨을 내보내고 벨라스케즈 영입
3위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선언
김태형 감독의 총력전 먹혀들까

2025.08.07 10:24

【부산 = 전상일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 야구’의 판을 바꾸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10승 투수 데이비슨을 과감히 교체하고, 메이저리그 9시즌을 소화한 베테랑 빈스 벨라스케즈(Vince Velasquez)를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다. 단순한 전력 보강이 아니다. 이건 김태형 감독의 의지를 담은 '선언'에 가깝다.

롯데는 8월 7일, 미국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산하 트리플A 소속이던 벨라스케즈와 연봉 33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발표 하루 뒤인 8일 입국해 등판 일정 조율에 돌입할 예정이다.



신장 190cm, 체중 95kg의 벨라스케즈는 2010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된 정통파 우완 투수다. 시속 153km의 강속구를 앞세워 슬라이더, 너클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는 유형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9시즌 동안 144경기에 선발 등판, 760이닝 이상을 던진 노련한 이닝이터. 단순히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닌, 경기를 읽고 끌고 갈 수 있는 운영형 투수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벨라스케즈는 구단을 통해 “열정적인 롯데 팬들 앞에 서는 것이 기대된다”며 “팀의 중요한 시기에 합류하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사실 롯데가 내보낸 데이비슨 역시 나쁘지 않은 카드였다. 외국인 투수가 시즌 10승을 거두고도 중도 퇴출된 전례는 KBO리그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제구 불안은 있지만 경기마다 투혼을 발휘했고, 이닝 소화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꾸준히 승수를 쌓아왔다. 그럼에도 김태형 감독은 단호했다.

이는 단순한 3위 수성용 변화가 아니다. 현재 롯데는 1위 한화와 4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다. ‘우승’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입에 올릴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충분히 도전 가능한 위치다. 김태형 감독은 그 가능성에 ‘올인’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는 계산이다.

김 감독은 시즌 내내 "버티는 야구"를 강조해왔다. 부상, 부진, 경기력 기복 속에서도 단 한 번도 스윕패를 허용하지 않고 버텨온 팀. 이제는 그 ‘버팀’을 넘어 ‘치고 나갈’ 순간을 맞았다.

이 선택이 결과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시즌이 끝난 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분명한 건 하나다.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김태형 감독은 가을야구에 안주할 생각이 없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