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때 ‘1억 달러 내야수’로 평가받던 김하성의 이름이, 이제는 ‘1년 계약이 적절한 선수’라는 외신의 냉정한 문장 속에 자리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7일(한국시간) 발표한 2026년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상위 50명 순위에서 김하성을 46위로 선정했다. 상위 50인 안에 포함됐다는 사실보다 눈에 띄는 건 평가의 온도였다.
ESPN은 “김하성은 어깨 수술 후 복귀해 탬파베이와 애틀랜타에서 48경기를 뛰었지만, 여전히 이전의 송구 능력과 타격 밸런스를 되찾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1년 계약이 가장 합리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2024시즌을 앞두고 김하성은 연평균 2,000만달러, 총액 1억달러 규모의 대형 계약 후보로 꼽혔다. 샌디에이고에서 보여준 수비력과 주루, 그리고 20홈런을 넘나드는 장타 생산력은 그를 ‘리그 톱5 유격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콜로라도전에서 발생한 오른쪽 어깨 부상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수술대에 오른 그는 시즌 아웃됐고, 이후 탬파베이와 2년 최대 2,900만달러의 비교적 짧은 계약을 맺으며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MLB의 시선은 냉정하다. 김하성은 2025시즌 48경기에서 타율 0.234, 5홈런, OPS 0.649를 기록했다. 애틀랜타 이적 후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완전한 정상 복귀에는 이르지 못했다. ESPN은 “부상 이후의 김하성은 여전히 회복 과정에 있다. 어깨가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송구 정확도와 타격 리듬 모두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FA 시장에서 김하성보다 이름값이 높은 유격수는 보 비솃(토론토) 한 명뿐이다.
그러나 김하성의 대형 계약을 점치는 현지 매체는 거의 없다. ESPN은 “그가 포기한 선수 옵션(1년 1,600만달러) 수준의 계약이 적절하다”고 했고, MLB트레이드루머스 역시 2년 3,000만달러 선을 예상했다.
부상 전의 김하성이라면 충분히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몸값은 숫자로, 신뢰는 건강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MLB의 원칙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김하성의 스토리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김하성은 애틀란타에서 유격수로서 확연한 회복세를 보였고, 무엇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에이전트 보라스가 김하성을 시장에 내놓을리 없다는 분석도 충분히 가능하다.MLB닷컴 또한 김하성이 옵트아웃을 포기하자 김하성의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임을 강조하며 “최소 연봉 2000만달러의 다년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