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현대캐피탈이 내건 승부수가 점점 빛을 발하고 있다.
‘공수 겸장’ 전광인을 내주는 대담한 선택, 그 대가로 얻은 이름은 신호진. 시즌 초반, 그 트레이드는 단순한 모험이 아닌 ‘계산된 결단’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남자 프로배구의 ‘대형 트레이드’로 불린 전광인-신호진 맞교환은 처음 발표됐을 때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승팀이 왜 전광인을 내주나?”라는 반응이 대세였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시선은 달랐다. 이미 팀에는 리그 MVP 허수봉과 세계적인 아포짓 레오가 있었다.공수 밸런스는 완성돼 있었지만, 문제는 공격 패턴의 다양성이었다. 허수봉이 체력적으로 흔들리거나 레오가 봉쇄당할 경우, 팀은 순간적으로 단조로워지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 해답이 바로 신호진이었다. 아포짓이지만 리시브와 수비가 가능한, 그리고 후위에서도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는 만능형 공격수.현대는 ‘전광인이라는 완성형 대신, 신호진이라는 성장형 카드’를 선택했다.
결과는 시즌 초반부터 나타나고 있다. 6일 천안에서 열린 우리카드전에서 신호진은 레오와 함께 팀 내 최다인 17득점을 기록했다.그중 서브에이스만 3개. 경기 초반부터 공격 리듬을 주도했고, 초반에는 10득점을 혼자 돌파했다. 14-16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2연속 폭발한 후위공격과 3세트 후반 3연속 서브 에이스는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그의 표정엔 “내가 왜 트레이드 카드였는가”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었다.
더 주목할 점은 후위 공격 비중과 성공률이다.
신호진은 현재 후위 공격에서 김우진에 이어 국내 선수 2위에 올라 있다.단순히 ‘득점 기계’가 아니라, 현대캐피탈의 공격 전개를 입체적으로 바꿔놓은 존재다.리그에서 레오가 상대 블로커를 끌어당기면, 신호진이 뒷공간을 자유롭게 휘젓는다.
현대의 공격 루트가 ‘한 줄기 레오존’에서 ‘양날개 전개형’으로 확장된 이유다.
물론 전광인은 여전히 뛰어난 선수다. 신인왕, 베스트7 네 차례, 챔피언전 MVP. 이름값만으로도 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베테랑이다. 지금도 OK저축은행에서 꾸준한 활약 중이다.
하지만 현대는 ‘현재보다 다음’을 봤다. 그간 팀에 꾸준하게 공헌해준 전광인에게 길을 열어줌과 동시에 리그 최고 수준의 유망주를 품으면서, 공격 세대교체의 시계를 앞당긴 셈이다.
허수봉-신호진-레오로 이어지는 3각 공격 라인은 현대가 추구하는 ‘하이 템포,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배구의 완성형이다. “리스크는 있었지만, 그 리스크가 팀을 진화시킨다.” 이게 바로 현대의 구단 철학이다.
프로배구의 트레이드는 단기 성적보다 ‘시스템 구축’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그 관점에서 보면, 현대의 선택은 단기 손실보다 장기 가치에 방점이 찍힌다.신호진은 아직 성장 중이다. 하지만 이미 자신감과 파괴력, 그리고 책임감에서 확실한 변화를 보여준다. 레오가 흔들려도, 허수봉이 부진해도, 이제 현대는 신호진이라는 확실한 ‘3번째 옵션’을 갖게 됐다.
‘당장의 완성’을 버리고, ‘다음 세대의 완성’을 택한 선택. 신호진은 그 도박을 점점 ‘성과’로 바꿔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