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서울에서 왔어요” 외치자 요원 제지에도 다가간 황유민… 약 30분 감동의 사인 행렬

황유민, 1번홀에서 앨버트로스 할 뻔
대상 유현조 꺾고 우승 후보 대열에 합류
"이번 대회 우승 욕심난다"
황유민 팬들 마우오션CC에 집결... 경기 후 감동의 사인 행렬

2025.11.16 09:54


【경북(경주)=전상일 기자】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 CC에서 열린 위믹스 챔피언십 1라운드. 시즌 최강자들이 줄줄이 무너진 혼돈의 장에서 황유민은 굳건했다. 이예원·방신실, 그리고 대상 유현조까지. 출전 선수 24명 중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이변 속에서, 가장 강한 상대를 잡아낸 선수는 결국 황유민이었다.

그것도 경기 첫 홀부터 ‘알바트로스에 가까운 이글'로 상대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황유민은 “미스샷이었어요. ‘제발 물만 피해라…’ 했는데 깃대를 때리고 나오더라고요. 언니랑 ‘대박!’ 했죠”라고 웃었다.



황유민은 이 한 방으로 흐름을 잡은 뒤 이글 1개, 버디 4개를 쏟아내며 올해 대상자 유현조를 완전히 압도했다. 특히 11~13번홀을 모두 승리한 3연속 홀 스틸은 매치 플레이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긴장감을 주도하고, 흐름을 끊지 않고, 상대가 다시 일어설 틈을 주지 않는 완성형 매치머신의 플레이였다.

하지만 이날 마우나오션 CC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은 경기 이후에 펼쳐졌다. 경주 한복판, 수도권도 아닌 곳임에도 수많은 팬들이 황유민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서울에서 왔어요!” “사인 받으려고 3시간 기다렸어요”라고 외치는 팬들. 요원들이 통제를 시도해도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그때 황유민은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 사이로 조용히 걸어 나가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사인을 해주기 시작했다. 사진 요청에도 다 응해주고, 짧게라도 대화를 나누고 손을 마주쳤다. 인터뷰 일정이 밀리고 시간이 촉박해졌음에도 그녀는 팬들 사이를 떠나지 않았다. 모두에게 사인을 해줄 수는 없었지만, 마지막까지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프로의 품격이란 무엇인지, 왜 많은 팬들이 이 선수를 좋아하는지 증명한 순간이었다.

황유민은 경기가 끝난 뒤 “요즘 팬분들이 정말 많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마지막 국내 대회라 더 의미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팬들이 뜨겁게 응원해준 만큼, 황유민의 마음속에는 2주 연속 우승에 대한 욕심이 더욱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강한 상대 만나서 이겨서 자신감 생겼고요. 내일은 후회 없게 치고 싶어요. 팬분들도 많고 상금도 커서... 욕심나요. 정말 잘하고 싶어요”라며 2주 연속 우승을 다짐했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이제 황유민의 시선은 LPGA를 향한다.

영어공부도 주 1회 원어민·한국인 선생님과 화상으로 진행 중이고, 겨울 동안 숏게임·체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조급해하지 않고 제 템포대로 쉬는 주도 가져가면서 준비할 거예요. 환경도 좋고, 오히려 더 재미있는 골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다시 한 번, 강자를 만나 더 강해진 선수. 혼돈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은 집중력. 그리고 경기장 밖에서 팬 한 명을 그냥 보내지 않는 ‘스타의 품격’.

황유민이 2025년 끝자락에서 또 웃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우승이 아니라 ‘팬들과 함께 만든 2주 연속 우승’이라는 특별한 장면이 될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