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 축구가 또 한 번 중국에 무너졌다. 이제는 무슨 말로도 이 패배를 포장하기 어렵다. “우연”도 “실험”도 “세대교체”도 더 이상 핑계가 되지 않는다.숫자도, 내용도, 분위기도 모두 한국 축구의 하락 곡선을 가리킨다.
15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판다컵 2차전. 한국은 중국에 0-2로 완패했다. 그저 ‘졌다’가 아니라 경기력에서 완전히 밀린, 그야말로 구종을 읽히고 배트를 놓친 타자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한 패배였다.
이민성 감독은 스리백을 꺼내 들었다. 중국의 넓은 폭을 견제하고, 전환 속도를 틀어막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계획은 초반부터 완전히 박살났다. 중국의 롱볼, 전환, 압박은 한국의 수비 조직을 순식간에 흔들었다. 문현호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다면 더욱 스코어가 벌어질 뻔 했다.
하지만 운은 계속 따르지 않았다. 후반 27분. 중국 수비수 류하오판의 롱패스가 한국의 뒷공간을 가르며 떨어졌다. 바이헬라무는 그 공을 받아 박스로 깊숙이 파고들었고, 첫 골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후반 36분. 또다시 수비 라인의 미숙한 처리로 공을 잃었다. 중국의 역습 과정에서 나온 바이헬라무의 힐킥. 한국 수비는 이 장면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중국전 패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3월에도 한국은 중국에 0-1로 패한 바 있다. 작년에도 패한 적이 있다. 그저 19세, 22세 등 연령별 대표팀의 패배일 뿐이라며 애써 무시했을 뿐이다.
판다컵은 내년 U-23 아시안컵과 올림픽 예선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가늠자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더이상 장담하기 힘들다. 중국은 2019년의 상처를 씻었다며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2025년의 굴욕을 다시 떠안았다.
팬들은 이미 느끼고 있다. 더 이상 “우연”이 아니라는 걸. 지금 한국 축구는 ‘중국전 패배’라는 하나의 패턴 속으로 빠르게 침전하고 있다는 것을.그게 가장 아프고, 가장 솔직한 현실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