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주)=전상일 기자】 2025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끝까지 ‘홍정민의 해’였다. 상금왕, 다승왕에 이어 시즌 마지막 무대인 위믹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홍정민은 16일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CC(파71)에서 펼쳐진 위믹스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적어내며 3억원의 우승 상금을 추가 적립했다. 그는 KLPGA 정규 시즌에서 누적 상금 13억4152만원을 기록하며 상금왕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시즌 3승(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KLPGA 챔피언십, K-푸드 놀부·화미 마스터즈)을 거두며 이예원, 방신실과 공동 다승왕에도 이름을 올렸다. 홍정민은 “욕심을 내려놓으려 노력했는데, 오히려 좋은 성적이 따라왔다”고 했다.
지난해보다 좋아진 체력, 내려놓은 강박, 퍼트 집중력의 향상이 핵심이었다. 여름엔 피부 알레르기로 약물 복용조차 도핑을 의식하며 조심스러워야 했지만, 흔들림 없는 루틴으로 시즌을 마쳤다.
사실 홍정민은 폭발적인 비거리형 선수는 아니다. 뚜렷한 특징을 정의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정교한 탄도 조절, 코스 매니지먼트, 그리고 위기 대응 능력이 KLPGA에서 독보적이다. 절대 무너지지 않는 단단함. 그것이 홍정민의 골프다.
그런 홍정민의 골프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위믹스 챔피언십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 15일에 펼쳐진 첫날 매치플레이에서 홍정민은 한진선을 상대로 5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15홀 만에 승리를 확정했다.
매치플레이에서 승리한 12명만이 ‘Final A’ 그룹으로 진출할 수 있었고, 우승자는 오직 그 안에서만 나올 수 있었다. 둘째 날 펼쳐진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도 그의 완성형 골프는 빛났다. 12번 홀까지 노보기 5버디. 낮은 탄도로 바람의 영향을 줄이고, 안정적인 샷으로 코스를 지배했다.
장기인 어프로치는 날카로웠고, 퍼트는 계산적이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3번 홀(파3)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티샷이 언덕에 박혔고, 보기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홍정민은 언덕 위에서 카트도로를 이용해 공을 튀기며 핀 3.3m 이내에 붙였다. 마치 ‘설계된 기적’ 같았다.
이 파 세이브 하나가 경기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이후 경쟁자 마다솜의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승부의 추는 완전히 홍정민에게 기울었다.
결국 그는 마지막까지 안정적인 플레이로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켰고, 시즌 마지막 트로피를 품었다. 상금왕에 이어 ‘비공식 4승’까지 완성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시즌 피날레를 장식했다.
홍정민은 경기 후 "내년에는 대상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 우승도 목표"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응원을 받았다. 이틀 동안 신나게 라운드를 다녔다. 팬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위믹스챔피언십의 또 하나의 꽃인 데일리베스트는 박현경에게 돌아갔다. 데일리베스트는 이날 가장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부상이다. Final B조의 박현경이 백카운트 기준으로 홍정민을 앞서 20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됐다.
한편, 2025년 골프를 마무리하는 마우나오션CC에는 구름 관중이 몰려 골프의 재미를 만끽했다. 이틀 총합 작년 관객인 1만8000명을 이미 오전 11시에 넘어선 역대 최다 갤러리가 운집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