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멀티골 넣고도 웃지 못한 손흥민... 통한의 승부차기 실축

LA FC 2025 MLS컵 8강전서 탈락
후반전 추가시간까지 동점 이끈 영웅
승부차기 첫 키커... 코스 좋았으나 골대 강타

2025.11.23 18:13


22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 2025 MLS컵 8강전(서부 콘퍼런스 4강전). 손흥민은 이 경기의 중심이었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15분, 거의 포기 직전까지 갔던 흐름을 되돌리는 집념의 추격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후반 추가시간,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하던 순간 또 한 번 프리킥을 골대 구석에 꽂아 넣으며 경기장을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넣었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팀의 첫 번째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실축을 범했고, 그 한 장면이 이날 120분 동안의 극적 서사를 뒤집어놨다.

손흥민의 소속팀 LA FC가 밴쿠버 화이트캡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초반 주도권은 밴쿠버로 넘어갔다. LAFC는 손흥민-부앙가라는 확실한 공격 축을 보유했지만, 이 두 선수에게 공이 닿기까지의 연결 고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그 사이 밴쿠버는 단순했지만 효과적인 패턴으로 LAFC의 뒤를 흔들었다. 전반 39분, 다카오카 골키퍼가 길게 차올린 킥은 곧바로 이매뉴얼 사비에게 연결됐고, 그의 로빙 슈팅이 요리스의 머리 위로 넘어가며 0-1을 만들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라보르다가 추가골을 허용해 LAFC는 0-2로 전반을 마쳤다.

그 흐름을 변화시킨 것은 손흥민이었다. 후반 15분, 첫 번째 장면을 만들었다. 마크 델가도의 크로스를 앤드루 모런이 머리로 떨궜고, 손흥민은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첫 슈팅은 다카오카에게 막혔다. 두 번째 슈팅도 수비에게 걸렸다. 그러나 손흥민은 멈추지 않았다. 균형이 무너진 자세에서도 세 번째 슛을 밀어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장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밴쿠버는 뮐러가 근육 경련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며 조직력이 무너졌고, 그 간극을 손흥민이 파고들었다.

경기 종료를 향하던 후반 추가시간, 부앙가를 막던 트리스탄 블랙먼이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했다. 그리고 그 파울로 만들어진 페널티 아크 왼쪽. 손흥민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궤적을 그릴 수 있는 자리였다. 손흥민은 짧게 호흡을 가다듬은 뒤 오른발을 휘감았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대 왼쪽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LAFC 벤치는 모두 일어나 손흥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연장전은 의외의 양상이었다. 뮐러가 빠지고, 후반 막판 부상으로 교체 카드까지 소진한 밴쿠버는 연장 후반엔 9명만 남았다. 수적 우위는 분명했지만 LAFC의 공격은 결정적이지 못했다. 특히 풀타임을 뛴 손흥민과 부앙가의 체력이 모두 소진됐다. 또 밴쿠버는 거의 모든 선수가 페널티박스 안쪽을 지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결국 게임은 승부차기로 향했다. 팀의 에이스, 이날 멀티골을 넣은 선수, 리더 역할을 맡은 공격수답게 손흥민은 첫 번째 키커로 나섰다. 그러나 오른발 인사이드 슛은 골키퍼를 흔들 정도로 완벽한 코스였음에도 불행하게도 골대를 맞고 나왔다. LAFC는 이후 3번 키커 델가도까지 실축하며 1-3까지 끌려갔다. 요리스가 한 번 막아내며 일말의 희망을 남겼지만, 마지막 키커들이 모두 성공하며 승부는 밴쿠버의 극적 승리로 끝났다. 이날 손흥민은 120분 동안 가장 눈에 띄는 선수였다. 멀티골로 경기를 연장전까지 끌고 간 것도, 후반전 흐름을 바꾼 것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LA FC는 탈락했지만, 손흥민의 존재감은 오히려 더 강하게 남았다.
다만 그는 이 밤, 환희와 절망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감정을 한 경기에서 동시에 마주해야 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