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0개 구단의 퍼즐 맞추기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외국인 선수 구성과 아시아쿼터 영입이 속속 확정됐다. 이제 남은 것은 KIA 타이거즈뿐이다. KIA는 투수와 내야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아직 최종 확정은 나지 않아지만, 취재 결과, 현재 무게 중심은 ‘내야수’ 쪽으로 조금 더 쏠린 느낌이다.
KIA의 시선이 내야수로 자꾸 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감성적인 기대감이 아니다. ‘리스크 관리’에 입각한 현실적인 판단이다. 그 중심에는 내년 시즌 KIA의 심장이 되어야 할 김도영과 윤도현의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김도영은 명실상부한 KIA의 간판이다. 최근 MRI를 비롯한 메디컬 테스트에서 부상 완치 소견을 받았다. 현재 상태는 더할 나위 없다. 문제는 ‘미래’다. 이 부상이 재활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 그 자체다. 김도영과 같은 어린 나이에 양쪽 햄스트링을 동시에 다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단 입장에서 김도영은 애지중지해야 할 보물이다. 그가 내년에도 안되면 KIA의 공격력은 침몰한다. 공격의 핵심인 그가 수비 부담이 가장 큰 유격수를 소화하다가 다시 햄스트링에 무리가 온다면 시즌 전체가 흔들린다. 이범호 감독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범호 감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어느 포지션이 김도영 선수한테 딱 맞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고민 중이다. 팀 사정을 봤을 때 3루와 유격수 훈련을 다 시켜보고 결정해야 한다”라며 “김도영이 유격수로 가는 게 좋은지, 아니면 3루를 계속 봐서 타격 능력을 더 발휘하게 하는 것이 좋은지 두 가지 방법이 공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찬호와 최형우 등 주축들이 대거 빠져나간 상황이다. 김도영의 공격력 극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수비 부담을 덜어주면서 공격력을 살리는 방향, 혹은 유격수 공백을 메우는 방향 사이에서 KIA는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윤도현이다. 공격력이 약화된 KIA 라인업에서 윤도현은 반드시 터져줘야 할 상수여야 한다. 김선빈-김도영-윤도현-오선우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현시점 KIA가 짤 수 있는 최상의 공격 조합이다.
그러나 윤도현의 몸 상태는 여전히 물음표다. 마무리 캠프를 단 한 번도 소화하지 못했다. 시즌 중 수비 도중 손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현재는 허벅지 앞쪽 근육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사령탑 입장에서는 전력 구상에 ‘상수’로 넣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이 감독은 “마무리 캠프 가는 시점에 자꾸 부상을 당하니까 마음에 걸린다. 이 시기가 선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는 시간인데, 그런 경험 없이 내년 시즌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마음에 걸린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스프링 캠프 때 윤도현은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려고 한다. 거기서 이겨내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이는 희망 섞인 기대일 뿐 확신은 아니다.
만약 최악의 경우 김도영과 윤도현이 동시에 이탈한다면? KIA 내야진은 붕괴 수준이다. 홍종표는 트레이드로 떠났고, 남은 자원은 3루수와 유격수 자원은 박민과 김규성뿐이다. 이는 너무 지나친 위험부담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아시아쿼터 내야수 재러드 데일이다. 3억 원 미만의 합리적인 금액으로 최상급 수비력을 갖춘 유틸리티 자원을 영입하는 것은 분명 가성비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재러드 데일은 수비력만큼은 검증이 끝났다는 평가다. 오지환, 박찬호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정도라는 내부 평가다. 일본 독립리그 등 아시아 야구 경험도 있다. 무엇보다 유격수와 3루수가 모두 가능하다. 김도영이 유격수에 안착할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의미다. 혹은 김도영이 3루를 선택하게 된다면 김규성과 유격수를 전담할 수도 있다.
이 감독은 “굉장히 수비도 잘하고 아시아 리그를 뛴 선수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수비나 공격 등 여러 가지를 다 체크했고 실력은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KIA의 선택 과정은 투수 보강도 중요하지만, 내야의 붕괴는 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KIA도 내부 선수를 키워야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미 문동주를 거르고 김도영과 윤도현을 뽑는 순간부터, 그리고 박찬호를 떠나보냈을 때부터 이미 이 두 명은 KIA의 핵심이라는 것을 구단도 절대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시아쿼터 내야수는 장기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도 구단은 잘 안다. 마지막까지 고심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즉 2026년에 이들이 아프지 않고 시즌을 치를 수 있다는 확신만 주면 아마 KIA는 이 두 명이 핵심이 된 체제로 굴러가게 될 것이다.
김도영과 윤도현이라는 강력하지만 불안한 엔진에 ‘안전핀’을 꽂는 것. 그것이 KIA가 아시아쿼터 내야수 영입을 계속 만지작 거리는 진짜 이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