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왜 무라카미만 헐값일까?"…송성문은 예상보다 '인정'받고, 日 홈런왕은 '의심'받은 결정적 차이

日 대표 무라카미, 1억달러 이상 예상됐으나 2년 3400만달러
파워는 좋으나, 히팅 능력과 수비에 대한 의문부호
사실상 FA 재수에 가까운 계약
상대적으로 한국의 송성문은 상당한 계약 수준
점점 더 명확해지는 MLB의 수비에 대한 기준

2025.12.22 07:12

[파이낸셜뉴스] 일본 프로야구(NPB)를 평정한 '56홈런의 사나이' 무라카미 무네타카(25)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됐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환호'보다는 '의문'에 가깝다. 당초 1억 달러(약 1400억 원) 이상의 잭팟이 예상됐던 거포가, 예상을 훨씬 밑도는 2년 3400만 달러(약 504억 원)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일본 선수에 대한 거품이 꺼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나 사사키 로키 등 투수 자원들은 여전히 천문학적인 금액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무라카미에게만 이런 냉혹한 잣대가 적용되었을까. 그리고 이 현상이 최근 MLB에 진출한 한국의 송성문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무라카미의 계약 규모가 축소된 가장 큰 원인은 '불확실성'이다. MLB 구단들은 그의 파워가 아닌 히트 툴에 의문부호를 던졌다.

MLB닷컴 등 현지 매체들은 무라카미의 2022년 이후 급증한 삼진 비율과 떨어진 콘택트 능력을 집중 조명했다. NPB 투수들의 공에도 헛스윙이 늘어난 타자가, 평균 구속 150km/h 중반을 상회하고 변칙적인 무브먼트가 난무하는 MLB 투수들을 상대로 공을 맞힐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화이트삭스가 제시한 2년 계약은 "와서 실력으로 증명해 보라"는 이른바 '쇼케이스(Showcase)' 성격이 짙다.


수비 역시 발목을 잡았다. 무라카미는 3루수지만 MLB 기준으로는 수비 범위가 좁다는 평가다. 1루수로 전향하자니 타격에서의 압도적인 생산성이 필요하고, 지명타자로 쓰자니 일본에서만큼의 파괴력을 미국에서도 보여줘야 하는데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확실한 수비'가 보장되지 않은 거포 유망주는 MLB 시장에서 리스크가 큰 자산으로 분류된다. 보스턴의 요시다 마사타카가 수비 불안으로 인해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리는 현실도 무라카미의 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은 송성문(전 키움)의 사례는 더욱 흥미롭다. 무라카미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자원으로 분류되어 생각보다 헐값에 계약을 했다면, 송성문은 '확실한 유틸리티와 준수한 콘택트'를 무기로 시장에서 제 값을 받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야구와 일본 야구가 어마어마한 격차를 내고 있다는 것과 무라카미의 나이가 매우 젊다는 것을 고려하면 송성문의 3년 1900~2200만달러의 계약은 상당한 수준이다.

송성문은 무라카미만 한 파워는 없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수비 활용도와 KBO리그에서 검증된 클러치 능력,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삼진 비율이 강점이다.

무라카미가 1억 달러 눈높이에서 3400만 달러로 추락하며 자존심을 구긴 반면, 송성문은 시장의 적정가 혹은 그 이상의 대우를 받으며 안착했다. 이는 MLB 구단들이 이제는 막연한 '아시아 홈런왕'의 환상보다는, 팀에 즉시 보탬이 되는 '육각형 내야수'를 더 선호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결국 무라카미는 25세라는 젊은 나이를 무기로 'FA 재수'를 택한 셈이 됐다.
2년간 화이트삭스에서 MLB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고 30홈런 이상을 기록한다면, 27세가 되는 2028년에는 다시 한번 대형 계약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일본 내수용 거포'라는 꼬리표를 떼기 힘들어진다. 이번 계약은 무라카미 개인에게도, 그리고 아시아 거포를 바라보는 MLB의 시선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