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박지성부터 이어진 20년 역사, 여기서 끝?… 한때 찬란했던 '코리안 EPL 시대' 충격의 멸종 위기

울버햄튼, 시즌 시작후 2무 16패 승점 2점
기적없는한 무조건 강등
황희찬 강등되면 EPL 리거 '0'명
박지성 부터 이어온 20년 코리안 EPL 시대도 막 내릴 듯

2025.12.28 18:00


[파이낸셜뉴스] 잔인한 겨울이다. 주말 밤잠을 설치게 했던 'EPL 코리안 리거'의 황금기가 허무하게 저물고 있다. '캡틴' 손흥민이 미국으로 떠나며 남긴 빈자리의 허전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지막 보루였던 황희찬마저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울버햄튼 원더러스는 28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 하지만 이날 스코어보드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울버햄튼이 받아든 성적표다. 최근 11연패. 개막 후 18경기 동안 2무 16패. 승점은 고작 2점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과정'을 논하기엔 이미 선을 넘었다. 17위 노팅엄과의 승점 차는 무려 16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울버햄튼의 2부 리그(챔피언십) 강등은 이제 '가능성'이 아니라 '예정된 미래'에 가깝다.

문제는 황희찬이다. 팀의 몰락과 함께 '황소'의 저돌성도 사라졌다. 이날 선발 출전해 62분을 소화했지만, 공격 포인트는 없었고 슈팅다운 슈팅도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13경기 1골. 우리가 알던 그 폭발적인 윙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팀이 무너지니 개인도 힘을 쓰지 못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 것이다.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한국 선수를 단 한 명도 볼 수 없는 '암흑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손흥민은 이미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황희찬의 소속팀은 강등이 유력하다. 챔피언십(2부)에서 뛰는 배준호가 극적인 이적을 통해 1부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주말 밤 TV 앞에서 한국 선수를 응원하던 풍경은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박지성부터 이어져 온 'EPL 코리안 리거'의 명맥이 20여 년 만에 끊길 위기다.

팬들의 시선은 이제 씁쓸하게도 리그가 아닌 '월드컵'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다가올 월드컵만이 선수들의 가치를 증명할 유일한 무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황희찬에게도 이번 월드컵은 단순한 국가대항전이 아니다.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고, 자신의 가치를 다시 입증해야 할 생존의 무대다.

리버풀전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 'EPL 0명'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예고하는 조종(弔鐘)과도 같았다. 이제 축구팬들이 주말 TV앞에 모여서 EPL 중계를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손흥민이 떠난 빈자리는 컸고, 남겨진 황희찬의 어깨는 너무나 무거워 보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