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선수가 안 뛴다고? 안 신나니까" 국대 향한 이정효의 손흥민-이강인 투톱론, 다시 보니 '소름'

이정효 감독 1년 전 영상 다시금 역주행
"나라면 손흥민-이강인 투톱"
"이강인은 언아더레벨... 중앙에 자유롭게 풀어줘야"
"현대 축구는 공격수도 수비 안하면 안 돼"
"손흥민-이강인이 대표팀서 압박 및 수비하게 만드는 것이 감독의 역할"

2025.12.29 03:18

[파이낸셜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축구의 영원한 숙제이자 이번 월드컵의 성패를 가를 핵심 키워드는 단연 '월드클래스' 손흥민(LAFC)과 이강인(PSG)의 100% 활용법이다.

황희찬의 폼이 많이 떨어져있는 지금 이들 2명은 한국 공격의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리고 다른 팀들이 가장 경계하고 한국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수많은 전문가가 갑론을박을 벌이는 가운데, 최근 온라인상에서 'K-무리뉴' 이정효 감독(수원 삼성)의 1년 전 발언이 '월드컵 모범 답안'으로 떠오르며 축구 팬들의 무릎을 치게 만들고 있다.

화제가 된 영상은 이 감독이 2024년 5월 4일 안정환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현재 대한민국의 베스트11을 본인이 직접 선정하며 쏟아낸 전술적 견해다.


당시 그는 한국 축구의 보물인 두 선수의 공존 해법으로 파격적인 '중앙 투톱' 시스템을 제안했다.

이 감독의 논리는 명쾌했다. 그는 "손흥민과 이강인은 우리나라에서 공격력이 가장 좋은 선수들"이라고 전제하며 "측면은 공간이 한정돼 있다. 둘 다 개인 능력이 출중한 선수들인만큼 이들을 중앙에 놓으면 능력을 살리기가 매우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적인 수비수들이 즐비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굳이 우리 최고의 창을 측면에 가둬둘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특히, 이강인 활용법에 대한 통찰은 지금 봐도 소름이 돋는다. 이 감독은 "이강인은 언아더레벨의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선수 하나만 있어도 정말 편하게 축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선수는 좀 더 자유롭게 풀어줘야한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측면이 아닌 중앙에 이강인을 배치시키는 이유였다. 이 감독은 "이강인은 크로스가 소름돋을 정도로 정확하다. 상대에게 가장 위협적인 위치에 공을 딱딱 떨어뜨려 줄 수 있는 선수"라며 "찬스를 만드는데 특화된 선수다. 이강인의 고삐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술적 제약보다는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프리롤'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요르카에서도 실제로 중앙에서 좋은 역할을 했었던 부분도 아울러 강조했다.

팬들이 더욱 주목하는 부분은 국가대표팀의 고질적 문제인 '수비 가담'과 '압박 실종'에 대한 이 감독의 진단이다. 그는 선수 탓을 하지 않았다. 대신 시스템의 부재를 꼬집었다.

이 감독은 "현대 축구는 수비가 안되는 선수는 쓸 수 없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손흥민과 이강인도 소속팀에서는 엄청나게 압박한다. 그런데 대표팀에서는 그만큼 안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의 역할은 어떤 형식으로든지 선수들이 신나서 수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가 안 뛰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다. 소속팀만큼 체계적인 압박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감독은 선수가 수비를 안 해도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수비하는 것조차 신나게 만들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현대 축구에서 전방 압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꼬집은 것이다.

이 영상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다.
2026년 월드컵을 준비하는 현 대표팀에게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다.

"왜 우리 선수들은 국대만 오면 몸이 무거울까?"라는 팬들의 오랜 의문에 대해 이 감독은 "체계가 없으면 흥이 나지 않는다"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은 셈이다.

수원 삼성의 지휘봉을 잡고 K리그 판도를 뒤흔들 준비를 마친 이정효 감독. 비록 지금은 클럽팀의 수장이지만, 2년 전 그가 던진 '월드컵 훈수'는 여전히 유효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