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왜 4년이 아니라 1년인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김하성(30)의 행선지가 애틀랜타로 정해졌을 때,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오클랜드로부터 안정적인 4년 계약을 제안받았다. 하지만 김하성은 이를 과감히 뿌리치고 애틀랜타와의 1년 동행을 택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곳에 '확실한 기회'와 '더 큰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김하성의 배짱 두둑한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애틀랜타는 지금 애가 탄다. 그리고 김하성에게는 여기서 조금만 잘하면 대박 계약이 보인다.
미국 ESPN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내놓은 분석은 충격적이다. 2025시즌 애틀랜타 유격수들이 기록한 성적표는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웠다. 타율 0.222, 출루율 0.281, 장타율 0.268. 이를 합친 OPS는 0.549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압도적인 꼴찌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장타력 부재다. 한 시즌 동안 유격수 자리에서 나온 장타는 고작 18개. 홈런은 단 3개뿐이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강팀의 내야라고는 믿기 힘든 수치다. ESPN이 산출한 '추정 득점' 역시 38점으로 리그 전체 포지션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 말 그대로 팀 타선의 흐름을 끊어먹는 '블랙홀'이었던 셈이다.
이 통계에서 김하성의 계산이 섰다. 지난 시즌 애틀랜타 유격수들이 기록한 홈런 3개. 이것을 친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하성이다.
김하성은 지난 9월 탬파베이에서 웨이버 공시된 후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고 단 24경기만 뛰었다. 전체 시즌의 15%에 불과한 짧은 시간 동안 그는 팀 유격수 전체 장타의 22%를 책임졌고, 홈런은 100% 혼자 만들어냈다.
애틀랜타 구단은 김하성의 이 짧은 활약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 김하성이 합류하기 전까지 멸망 수준이었던 내야가, 그가 오자마자 공수가 정상화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매체 SI는 이번 계약에 'A-'라는 높은 평점을 매기며 "유일한 단점은 계약 기간이 1년뿐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검증된 자원을 장기로 묶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틀랜타는 애가 탄다. 당장 내야의 구멍을 메워줄 선수가 김하성밖에 없는데, 선수는 1년 뒤 다시 FA 시장에 나가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하성 측은 오클랜드의 4년 제안을 거절하고, 자신의 가치를 가장 극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의 땅' 애틀랜타를 골랐다.
현실적으로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시절의 전성기 폼(WAR 5 이상)을 다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부상 여파가 있었던 2024년 성적만 유지해도, 바닥을 기던 애틀랜타 유격수 부문의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ESPN 분석에 따르면 김하성의 존재만으로 팀 승리가 3승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이번 계약은 김하성의 치밀한 '쇼케이스' 전략이다. 애틀랜타라는 최고의 무대, 그리고 경쟁자가 없는 무주공산의 유격수 자리. 조금만 잘하면 대박 계약이 보인다.
우리가 알던 그 '어썸 킴'의 모습만 보여준다면, 내년 여름 우리는 오클랜드가 제시했던 4년 계약과는 비교도 안 될 천문학적인 장기 계약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연애의 끝은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의 희생으로 마무리 된다.
김하성의 'FA 재수'는 도박이 아니라, 훨씬 확률 높은 승리 공식이었다. 이것이 김하성이 1년 계약을 선택한 숨은 의도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