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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실패? 아직 아니야" 블랑 감독의 벼랑 끝 선택... 신호진을 '수비형 아포짓'으로 쓰다

신호진-전광인 트레이드...현재까지는 아쉬워
낮아진 라이트 블로킹, 반복되는 서브범실로 계륵 전락
신호진의 새로운 해법... 리시브+수비 적극 가담하는 수비형 아포짓 전환
공격 성공율 62%에 19개의 리시브 받아내며 맹활약
리시브 면제 받은 레오 29득점 60.98% 펄펄

2026.01.01 13:19

[파이낸셜뉴스] 현대캐피탈이 KB손해보험을 꺾고 지난 한국전력전 충격패의 후유증에서 벗어났다.

현대캐피탈은 2025년 마지막 홈경기인 12월 31일 KB와의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기며 선두 대한항공 추격(승점 5점 차)을 이어갔다. 하지만 승리자체보다 이날 승리가 더욱 값진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현대캐피탈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신호진 활용법'에 대한 해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택했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의 주역이자 높이와 서브가 강점이었던 아포짓 신펑과의 재계약이 불발되자,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을 내주고 OK에 내주고 신호진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러나 출발은 불안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냉정하게 실패에 가깝다.

야심 차게 영입한 바야르사이한은 아포짓 적응에 실패해 미들블로커로 이동했고, 주전 아포짓 자리를 꿰찬 신호진은 187cm의 낮은 신장이 발목을 잡았다.

상대 레프트 공격수에게 블로킹 위에서 타점을 허용하며 수비가 뻥뻥 뚫리기 일쑤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호진의 서브마저 범실이 잦아지자, "실패한 트레이드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그는 팀의 '계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팀 순위도 함께 추락했다. 작년 3관왕의 위용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블랑 감독은 신호진의 단점(높이)을 가리는 대신 장점(기본기와 민첩성)을 극대화하는 '역발상'을 택했다. 아포짓이지만 리시브와 수비에 적극 가담시켜 아예 '살림꾼' 역할을 맡긴 것이다.

12월 31일 KB와의 경기 기록지는 신호진의 헌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호진은 아포짓임에도 불구하고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9번의 리시브를 받아냈다.그중 9개를 세터 머리 위로 정확하게 배달하며 상대의 목적타 서브를 훌륭하게 버텨냈다. 주로 1번 자리에서 상대의 목적타 서브와 스파이크 서브를 정확하게 버텨냈다.

수비 가담은 리시브뿐만이 아니었다. 신호진은 디그 역시 12번 시도해 8번을 성공시켰다. 몸을 날려 공을 건져 올리고, 곧바로 일어나 공격 준비를 하는 그의 움직임은 코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신호진의 이러한 헌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파트너 허수봉의 기록과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이날 허수봉은 양 팀 최다인 35번(정확 11개)의 리시브 폭격을 견뎌야 했다. 리베로 박경민(13회 시도)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이 과부하 탓에 허수봉은 공격 성공률이 38%(13득점)까지 떨어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비에서도 많이 흔들렸다.


만약 신호진마저 수비에서 버텨주지 못했다면 현대캐피탈의 리시브 라인은 붕괴됐을 것이다.

신호진이 19번의 리시브와 12번의 디그로 뒤를 받쳐준 덕분에, 현대캐피탈은 주포 레오에게 리시브를 단 8개만 시키고 공격에만 집중하게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레오는 29득점에 공격성공률 60.98%를 기록했다. 오른쪽과 왼쪽을 넘나들며 공격에 적극 가담했다.

더 고무적인 건 신호진 본인의 공격력이다. 수비 부담 속에서도 그는 빠른 스윙과 백C 공격을 앞세워 14득점, 공격 성공률 62.9%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2세트와 3세트 후반에 보여준 2단 공격은 팀 분위기를 크게 끌어올렸다.

서브 범실 또한 눈에 띄게 줄었다. 신호진은 토스를 높게하며 왼손으로 때리는 서브다. 오른손 서버들과 떨어지는 각이 다르다. 세게 때리지 않아도 리시브 라인을 흔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신호진은 이날 서브 강도를 많이 낮춰서 범실을 최소화했다.




신호진이 코트에 들어서면 오른쪽 블로킹 높이는 포기해야 한다. 이는 바꿀 수 없는 상수다.

하지만 블랑 감독은 그 대가로 '끈끈한 수비'와 '다양한 공격 루트'를 얻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려 한다.

레오의 리시브를 면제시켜 화력을 극대화하고, 신호진이 허수봉과 함께 리시브 라인을 지탱하며 빠른 반격의 선봉장이 되는 그림. 이날처럼 신호진이 15득점 안팎의 득점과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준다면, 전광인을 내준 트레이드는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현대캐피탈의 팀 성적이 증명하듯이 현재까지는 실패에 가깝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과연 신호진은 계속해서 '수비형 아포짓'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비상할 수 있을까. 현대캐피탈의 남은 시즌 운명, 그리고 트레이드에 대한 최종 성적표는 신호진의 손끝과 발끝에 달려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