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간에는 '국내 최고 대우'라는 말이 돌았다. 자본력이 풍부한 수원 삼성이 엄청난 '머니 파워'로 K리그 최고의 지략가를 모셔왔다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정효 감독이 수원 구단에 요구한 핵심 조건은 자신의 연봉 인상이 아니었다. 그가 내건 조건은 단 하나, "나의 '사단'을 모두 받아달라"는 것이었다.
2일, 수원 삼성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정효 감독의 선택 뒤에는 숨겨진 '딜(Deal)'이 있었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이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것은 '동행'이었다"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낭만 이정효'의 실체는 바로 사람에 대한 믿음이었다"고 털어놨다.
구단은 이정효 감독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략을 수정했다. 단순히 금액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가 믿고 의지하는 '이정효 사단'을 통째로 영입하겠다는 약속을 건넨 것이다.
이 약속 하나로 수원은 이정효라는 감독 한 명이 아닌, '승리하는 시스템' 전체를 이식받게 되었다. 마철준 수석코치를 필두로 조용태, 신정환, 김경도, 박원교, 조광수 코치까지 광주FC 돌풍의 주역들이 고스란히 수원 유니폼을 입게 된 배경이다.
현대 축구에서 '사단(Division)'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끈 파울루 벤투, 2025년 전북의 더블을 견인한 거스 포옛 모두 자신만의 사단을 통해 팀을 완성했다. 감독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정효 감독 역시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코치진을 일일이 호명하며 '선생님'이라는 극존칭을 썼다. 이 자리에서 이 감독은 "2022년부터 함께 한 분들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고 강조하며 "우리 코치진과 함께라면 어느 팀을 맡더라도 최고의 팀을 만들 자신감이 있다"고 역설했다. 그의 자신감은 근거 없는 오만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코칭스태프와의 완벽한 분업화가 그의 무기다.
이정효 사단의 위력은 첫 훈련부터 증명됐다. 이 감독은 훈련 세션에 시시콜콜 개입하기보다 한발 물러서서 선수들을 지켜봤다. 체력 훈련은 피지컬 코치가, 세부 전술은 담당 코치가 주도했다.
이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 "이 감독은 몸 상태가 만들어진 선수들로 전술을 구상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정의한다"며 "철저한 분업과 전문성이 있기에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수원이 영입한 것은 이정효라는 이름 석 자가 아니었다. 수원은 '실패할 수 없는 성공 공식'에 베팅했다.
돈보다 사람, 그리고 시스템을 택한 이정효의 선택이 과연 수원의 명가 재건을 앞당길 수 있을까. '미친 대우' 속에 숨겨진 이 진심 어린 약속이 올 시즌 K리그 판도를 어떻게 뒤흔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