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 전상일 기자] "이런 환대 처음이라서 부담스러워요" "한화 선수들 만나면요?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몸쪽 승부 잘 안하는데, 과감하게 들어갈 겁니다."
인천공항 출국장, KIA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은 김범수(31)의 입에서 자신감 넘치는 하지만 친정 팀에 대한 애정이 묻어있는 '선전포고'가 튀어나왔다.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준, 그리고 당장 가슴에 박힌 'TIGERS'라는 글자에 충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인터뷰에서 느껴졌다.
지난 21일 3년 총액 20억 원에 FA 계약을 맺으며 KIA 유니폼을 입은 김범수가 24일 스프링캠프 출국길에서 화끈한 입담을 과시했다.
평소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격답게, 그의 멘트 하나하나는 올 시즌 KIA와 한화의 맞대결을 벌써부터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불펜 비교'였다. 지난 시즌 한화는 리그 최강 수준의 불펜진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중심에 김범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적'이 된 그는 냉정했다.
김범수는 "작년 한화 불펜도 강력했지만, 저는 KIA가 그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단언했다. 그는 "9회에는 정해영이라는 완벽한 마무리가 있고, 8회엔 전상현이 버티고 있다. 그외 정말 많은 선수들이 있다. 선발이 5이닝만 막아주면 나를 포함해 불펜 선수들이 쪼개서 던지면 된다. 7~9회는 그냥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라며 KIA 불펜진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김범수다운' 자신감이었다.
친정팀 타자들을 상대하는 각오를 묻자 그는 씨익 웃으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김범수는 "한화를 만나면 재밌을 것 같다. 한화에 왼손 타자들이 많은데, 제가 원래 몸쪽 승부를 잘 안 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화 선수들을 상대로는 몸쪽 투구를 과감하게 해볼 생각"이라며 씨익 웃었다.
절친한 후배 노시환과의 승부에 대해서도 "시환이는 원래 홈런 타자니까"라고 인정하면서도 "야구장을 한번 훑어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긴 하지만, 다 상대해 봤던 타자들이다.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언급되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K9 자주포'(그만큼 돈을 받고 싶다는 의미로 와전된)에 대해서는 재치 있는 '세탁'을 시도했다.
김범수는 "그 별명 때문에 일주일 동안 속상하기도 했다. 농담으로 한 말이 화살이 되어 돌아올 줄 몰랐다"면서도 "이제 KIA에 왔고 FA 계약이 끝났으니 자주포는 잊어달라. 기아자동차의 K9만 이야기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입단과 동시에 모기업에 대한 확실한 '충성 서약'을 한 셈이다.
이날 공항에는 이적 직전까지 한솥밥을 먹었고 또 다시 광주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이태양과 함께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김범수는 "태양이 형이 '징글징글하다'면서도 카니발을 태워줘서 편하게 왔다. 문동주, 류현진, 채은성 선배 등 한화 동료들에게 연락이 많이 왔다"며 옛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고마움은 공항까지였다. "지난 시즌 반짝 성적이라는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 올해 무조건 잘해야 한다. 올해 못하면 그 의구심이 사실이 되어버린다"라며 이를 악문 김범수.
그의 시선은 이미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마운드를 향해 있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