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피겨 간판 차준환이 밀라노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충격적인 '다이어트'를 선언했다. 무려 5개나 배치하려 했던 4회전 점프를 3개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화려한 고난도 기술로 승부를 보려던 당초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안정성'이라는 현실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차준환의 표정은 비장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밀라노를 향해 있었다.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쇼트에서 1개, 프리에서 2개만 뛴다"라고 못 박았다. 당초 계획했던 '쇼트 2개, 프리 3개'의 고난도 구성은 과감히 폐기처분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준비되지 않은 도전은 무모하다"는 냉철한 자기 객관화였다.
사실상의 '전략적 후퇴'다. 하지만 차준환은 이를 '기술의 질(Quality)'로 메우겠다는 계산이다. 그는 "점프 개수는 줄더라도 수행 점수(GOE)를 챙기면 승산이 있다"라고 자신했다. 무리하게 5개를 뛰다 넘어지느니, 3개를 완벽하게 뛰어 가산점을 쓸어 담겠다는 '실리 축구'를 하겠다는 의미다.
프로그램 변경도 파격적이다. 올 시즌 야심 차게 준비했던 '물랑루즈'를 버리고, 지난 시즌에 썼던 '광인을 위한 발라드'를 다시 꺼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모험보다는 몸에 익은 '구관'을 선택한 셈이다. 이 선택은 적중했다. 4대륙선수권 프리 1위, 총점 273.62점이라는 시즌 베스트 성적이 이를 증명했다.
발목을 잡았던 스케이트 부츠 문제도 해결됐다. 이제 남은 건 멘탈 싸움뿐이다. 대한체육회로부터 박지우와 함께 개회식 기수로 선정된 차준환은 "세 번째 올림픽에서 기수를 맡아 영광"이라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꿈을 좇던 소년에서 냉철한 승부사로 변모한 차준환. 과연 그의 '3쿼드 승부수'는 밀라노의 빙판을 금빛으로 물들일 수 있을까. 화려함을 버리고 실속을 택한 그의 마지막 도박에 전 세계 피겨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