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약에 우리’의 폭행죄

2026.01.30 11:44


영화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는 2018년에 개봉한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당시의 음악과 소품들로 잊고 지내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만약에’라는 미련은 두지 않습니다.

작품 속에서, 취객이 부딪치고 지나간 것에 화가 난 은호(구교환 분)는 취객 일행을 밀치면서 싸움을 합니다. 여자친구 정원(문가영 분)은 은호를 말리면서 은호의 뺨을 때립니다. 이와같이 취객이 은호와 부딪친 것과 정원이 은호의 뺨을 때린 것은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을까요?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폭행죄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문제되는 범죄 중 하나입니다. 외국원수나 외국사절에 대한 폭행죄는 별도로 규정하여 일반 폭행죄보다 중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속폭행죄는 단순 폭행죄보다 중하게 처벌됩니다.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폭행하면 특수폭행죄가 성립하는데 존속폭행죄보다 중하게 처벌됩니다.

폭행죄의 폭행은 사람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말합니다. 유형력이란 사람의 오관에 직접 · 간접으로 작용하여 육체적 · 정신적으로 고통을 줄 수 있는 물리력을 말합니다. 즉,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심리적 폭행도 폭행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구타, 밀치는 행위, 멱살을 잡는 행위,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 물건을 던지는 행위, 수염 · 모발 등을 절단하는 행위 등은 당연히 폭행에 해당합니다. 뿐만 아니라 폭언을 수차례 반복하는 행위, 고함을 질러서 놀라게 하는 행위 등도 폭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음모를 면도기로 깎은 사건에서 음모 절단에 대해서 폭행은 될 수 있지만 상해는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피해자의 음모를 깎을 때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뿐 강제추행치상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폭행죄가 성립하려면 사람의 신체에 대해서 유형력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물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는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사람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에게 물건을 던져서 맞으면 폭행죄가 성립하지만 그 물건이 사람에게 맞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폭행죄는 성립될 수 있습니다.

싸움에서 상대방이 먼저 때렸기 때문에 자신도 상대방을 때렸으니까 자신의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싸움의 경우 원칙적으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정당방위가 인정됩니다.



폭행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즉, 폭행 피해자의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폭행 가해자에게 수사단계에서는 불기소처분하고, 재판단계에서는 공소 기각판결을 합니다. 즉,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폭행 가해자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취객이 앉아있는 은호에게 부딪친 것은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폭행이 될 수 있지만 고의가 없어서 폭행죄는 성립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부딪힌 것으로 피해를 입었다면 은호는 취객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원이 은호의 싸음을 말리면서 은호의 뺨을 때린 것은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폭행죄가 성립합니다. 폭행죄가 성립하더라도 은호와 정원이 사귀는 사이이기 때문에 은호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정원은 폭행죄로 처벌되지 않을 것입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만약에 우리’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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