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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철철, 손도 부었지만 뼈에는 이상없다"... 쇼트트랙 김길리, 천만다행으로 지켜낸 金 희망

"피가 나고 손 부었지만, 뼈에는 이상이 없다"... 남은 경기 모두 출전
김길리, 한 맺힌 복수혈전 예고... 남은 4개 종목서 금메달 사냥

2026.02.10 23:00


[파이낸셜뉴스] "휴... 십년감수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가, 아니 경기를 지켜보던 온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밀라노 빙판 위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던 '에이스' 김길리(성남시청)가 다행히 큰 부상을 피했다. 메달은 놓쳤지만, 더 중요한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는 지켰다.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다.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쇼트트랙 혼성 계주 준결승. 미국의 '자폭 태클'에 휘말려 펜스에 강하게 충돌한 김길리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갈비뼈를 부여잡고 얼굴을 찡그린 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에 "혹시 골절 아니냐", "남은 올림픽은 어쩌나" 하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파이널B 명단에서 제외됐을 때는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하늘은 한국을 버리지 않았다. 경기 후 대표팀 관계자는 "김길리가 오른팔이 까져 피가 나고 손이 좀 부었지만, 뼈에는 이상이 없다"며 "남은 경기를 치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김민정 코치 역시 "본인이 괜찮다고 하더라. 검진은 받아봐야겠지만, 앞으로의 레이스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확인해 줬다. 혼성 계주 탈락이라는 불운 속에서 찾아온, 금메달보다 더 값진 소식이었다.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한국은 명백한 피해자였음에도 결승 티켓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냉정한 규정 때문이었다. ISU 규정상 어드밴스(구제)를 받으려면 충돌 당시 '상위권(1~2위)'에 있어야 하는데, 심판진은 사고 순간 한국의 위치를 3위로 판단했다.

김민정 코치는 "우리는 2위와 동일선상이라고 봐서 항의했지만, 심판은 3위라고 못 박았다. 더 항의하면 징계받을 수 있어 수용했다"고 털어놨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양태영 오심 사건 이후, 우리 대표팀은 항상 항의용 현금까지 준비해 다니지만, 이번에는 규정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다 잃은 것은 아니다. 김길리의 몸 상태가 온전하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한국의 '금빛 사냥'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혼성 계주에서의 불운은 거대한 '액땜'이다.
김길리에게는 주종목인 여자 500m, 1000m, 1500m, 그리고 여자 계주 3000m가 남아있다. 오히려 이번 사고가 김길리의 승부욕에 기름을 부었을지도 모른다. 툭 털고 일어난 김길리가 보여줄 시원한 복수극을 기대해도 좋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