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내 인생의 사랑을 배신했습니다."
올림픽 시상대는 영광의 자리이지, 개인의 '불륜 참회록'을 쓰는 곳이 아니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노르웨이 바이애슬론 선수가 경기 직후 돌연 자신의 '바람' 사실을 고백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하루 만에 공식 사과했지만, 전 세계의 비난과 전 여자친구의 원망을 피할 수는 없었다.
사건의 주인공은 스투를라 홀름 레그레이드(노르웨이). 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테르셀바 바이애슬론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20㎞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 후 인터뷰였다.
그는 노르웨이 방송사 NRK와의 인터뷰 중 갑자기 "전 연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다정한 사람이었는데, 3개월 전 내 인생 최대의 실수를 저질렀다. 그녀를 두고 바람을 피웠다"며 눈물을 흘렸다. 올림픽 메달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전 연인에게 재결합을 호소하는 '공개 프러포즈' 겸 '불륜 고백'을 감행한 것이다.
이 '눈물의 고백'은 즉각 역풍을 맞았다. 이날 금메달을 딴 팀 동료 요한올라브 보튼(노르웨이)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완전히 가려버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튼은 시상식에서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동료 시베르트 구토름 바켄을 추모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숙하고 감동적인 순간에 레그레이드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노르웨이 바이애슬론의 간판스타 요하네스 팅네스 뵈조차 "그의 고백은 시간도, 장소도 모두 틀려먹었다"며 혀를 찼다.
비난이 빗발치자 레그레이드는 하루 만인 11일(현지시간), 태도를 180도 바꿨다. 그는 성명을 통해 "요즘 제정신이 아니었다.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주목받아야 할 금메달리스트 보튼과 갑작스럽게 언론에 노출된 전 여자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노르웨이 일간지 VG에 따르면, 레그레이드의 전 여자친구는 그의 공개 사과를 싸늘하게 거절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여자친구는 "전 세계 앞에서 바람 피운 사실을 고백했다고 해서 그를 용서하기 어렵다"며 "나는 이런 상황(공개적인 언급)을 선택한 적이 없다. 이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결국 레그레이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의 명예 대신, '팀 동료의 영광을 가로채고 전 여자친구에게 2차 가해를 입힌 관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만 남기게 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