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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중국인이야? 미국인이야?"… 트럼프 건드린 '330억 소녀', 제대로 찍혔다

330억 번 대륙의 아이콘 구아이링… 트럼프와 대치 끝내 '배신자' 낙인
천안문 망명객의 딸 알리사 리우... 중국은 그녀를 완전히 지웠다

2026.02.14 18:20


[파이낸셜뉴스] 스포츠는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던진 가장 묵직한 화두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중국, 두 거인의 힘겨루기가 설원과 은반 위를 덮쳤다. 그 중심에 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뿌리를 가진 두 명의 천재, 구아이링(미국명 에일린 구)와 알리사 리우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지만, 이들이 선택한 '오성홍기'와 '성조기'는 전혀 다른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 BBC는 13일(현지시간) 이 두 선수를 둘러싼 미·중 간의 정치적 논쟁을 집중 조명했다. 단순한 스포츠 대결을 넘어선 ‘이념의 대리전’ 양상이다.


원래 미국 유망주였던 구아이링은 2019년 중국 귀화를 선택하며 운명이 뒤바뀌었다. 중국 내에서는 일명 ‘눈의 공주’로 추앙받으며 연간 2330만 달러(약 331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슈퍼스타가 됐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그녀를 향한 미국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적대적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 헌터 헤스를 공개 비난하자, 구아이링이 “선수들이 안타깝다”며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미국 우파 진영은 즉각 들고일어났다. 보수 성향 매체 데일리콜러는 그녀를 ‘동계올림픽의 진정한 빌런’으로 규정했고, 공화당 홍보 전문가 맷 휘틀록은 “시진핑의 인권 탄압에는 침묵하면서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전 NBA 선수이자 반중 활동가인 에네스 칸터 프리덤 역시 그녀를 “배신자”라 칭하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미국에서 누릴 것을 다 누리고 중국을 택한 그녀의 행보가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셈이다.


반면,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알리사 리우의 행보는 정반대다. 그녀의 아버지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정치 활동가 아서 리우다.

가족사 탓일까. 중국 매체와 SNS에서 알리사 리우는 철저히 ‘지워진 존재’다. 중국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아버지의 주장과 “가족 전체가 반중”이라는 중국 누리꾼들의 비난만이 그녀를 감싸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그녀를 ‘진정한 미국의 딸’로 치켜세우는 분위기다.

비영리단체 ‘자유를 위한 아시아인들’은 “중국 공산당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친 진정한 애국자”라며 리우를 칭송했다.

허이난 리하이대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간의 신냉전 구도가 선수들의 이중 정체성에 대한 관용을 사라지게 했다”고 진단했다.

화려한 공중 연기를 펼치는 에일린 구와 은반 위를 가르는 알리사 리우.

두 선수는 그저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를 향해 달렸을 뿐이다. 하지만 시대는 그들에게 메달 색깔보다 더 무거운 ‘충성심’을 요구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