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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km 던지긴 하는데, ⅔이닝 4볼넷이라고?"... 류지현호, 일단 끝까지 손주영을 기다린다

"팔꿈치 내어준 헌신"… 손주영과의 동행 고민하는 류지현호
시차·거리 부담 '제로'… 대체 1순위는 '160km 빅리거' 오브라이언
⅔이닝 4볼넷 '진땀'… 시범경기서 드러난 치명적 제구 불안
지면 끝인 8강 단판 승부… '볼넷 리스크' 안고 승부수 띄울까

2026.03.11 13:00

[파이낸셜뉴스] 결전의 땅 미국 마이애미에 입성하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기적 같은 17년 만의 8강 진출이라는 환희의 이면에는, 마운드의 핵심을 책임졌던 손주영(LG 트윈스)의 부상 이탈이라는 뼈아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당장 다가오는 14일 오전 7시 30분 운명의 8강전을 앞두고 대체 선수 발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극심한 제구 난조가 류지현 감독의 깊은 주름을 늘리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정밀 검진을 위해 귀국한 손주영이 큰 이상 없이 다시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이다. 설령 마운드에서 많은 공을 던지지 못하더라도, 도쿄돔에서 자신의 팔꿈치보다 국가대표팀의 8강 진출 조건을 먼저 생각하며 스스로 공을 내려놓았던 그의 헌신을 생각하면 끝까지 동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가 보여준 투혼은 이미 대표팀 전체를 하나로 묶는 강력한 구심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전의 냉혹한 승부 앞에서 손주영의 출전이 물리적으로 불가하다는 판정이 재검 결과 나온다면, 대표팀은 즉각 '예비 투수 명단(DPP)'을 가동해 플랜 B를 꺼내 들어야만 한다.

현실적인 여건만 놓고 보면 대체 1순위는 단연 오브라이언이다. 가장 큰 무기는 역시 '시간과 거리'다. 8강전이 열리는 14일까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에서 새로운 투수를 호출하는 것은 비행에만 꼬박 하루가 걸리는 데다 치명적인 시차 적응 문제까지 뒤따른다. 반면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국계 빅리거 오브라이언은 현재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머물고 있어 이동의 부담이 전혀 없다. 최고 구속 160km를 상회하는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현역 메이저리거라는 점은, 단판 승부에서 상대를 힘으로 윽박지를 수 있는 최고의 마무리 카드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당장 8강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영점이 잡혀 있느냐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오브라이언은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구원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무려 4개의 볼넷을 헌납하며 1실점 하는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총 투구 수 27개 중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이 16개나 될 정도로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대회 직전 종아리 부상으로 하차한 뒤 재활을 거쳐 실전에 복귀하긴 했지만,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이 5.40까지 치솟으며 불안감을 짙게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전, 특히 지면 곧바로 짐을 싸야 하는 8강 토너먼트에서 불펜 투수의 제구 난조는 곧 치명적인 독약이다. 1점 차 피 말리는 승부처에 등판해야 할 마무리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해 스스로 장작을 쌓는다면, 아무리 160km의 빠른 공을 가졌더라도 벤치에서 믿고 기용할 수가 없다.

당장 미국 본토에서 부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이고 합리적인 자원임은 분명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과연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는 커다란 물음표가 남는다.

시곗바늘은 운명의 14일을 향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손주영의 검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류지현 감독은 마운드 운용을 놓고 깊은 장고에 들어갔다.

팀 케미스트리, 시차 없는 160km의 유혹, 그리고 제구 불안이라는 치명적인 리스크 사이에서 한국 야구의 마이애미 첫 번째 승부수가 어떤 결론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