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차가운 수술대,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38세 베테랑 에이스의 머릿속엔 오직 자신을 걱정하며 밤잠을 설칠 팬들뿐이었다. 마취에서 깨어나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린 그가 가장 먼저 뱉은 말은 자신의 고통에 대한 호소가 아니었다.
"저 괜찮아요."
바다 건너 일본 나고야의 병실에서 날아온 이 짧고 다정한 네 글자에, 개막을 앞두고 애태우던 랜더스 팬들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SSG 랜더스의 심장,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기나긴 인고의 시간에 돌입했다. SSG 구단은 27일 "김광현이 일본 나고야 소재 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앞으로 약 한 달간 현지에 머물며 회복과 재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이스의 시계가 멈춘 건 지난달 15일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였다. 힘차게 공을 뿌려야 할 왼쪽 어깨에 날카로운 통증이 찾아왔다. 정밀 검진 결과는 어깨 후방 부위에 뼈가 자라나 통증을 유발하는 골극. 잔가시처럼 돋아난 뼈가 그의 투혼을 갉아먹고 있었다. 일본으로 건너가 재활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단 1년이라도 더 온전하게 마운드에 서기 위해 결국 뼈를 깎아내는 수술대에 눕기로 결단했다.
투수에게 어깨 수술은 언제나 두렵고 외로운 싸움의 시작이다. 하지만 김광현은 씩씩했다. 그는 구단을 통해 전한 메시지에서 "팬 여러분이 보내준 응원 덕분에 수술을 무사히 잘 마쳤다"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전하고 싶었던 말은 '저 괜찮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팬들을 다독였다. "당분간은 우리 팀을 열렬히 응원하며 재활에 집중하겠다. 다시 마운드 위에서 뵐 수 있도록 반드시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그의 다짐에는 180승을 일궈낸 거인의 묵직한 책임감이 묻어났다.
당분간 랜더스의 마운드 위에서 역동적인 그의 와인드업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팬들은 안다. 가장 깊은 절망 속에서도 "괜찮다"며 팬들을 먼저 위로한 에이스의 어깨는, 그 어떤 수술로도 꺾이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는 것을. 나고야에서 시작된 김광현의 시계는 이제 ‘재활’이 아닌 ‘부활’을 향해 다시 째깍이기 시작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