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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고치라며, 보고있나 로버츠?" 트리플A 김혜성, 보란듯이 5타수 5안타 맹폭!

5타수 5안타 4득점… 트리플A 폭격한 '분노의 방망이'
"스윙 고치라"던 다저스의 핑계, 하루 만에 박살 내다
좌우 불문 구종 불문… 타율 0.600의 기막힌 무력시위
마이너리그는 좁다! 다시 맹렬하게 돌아가는 콜업 시계

2026.03.29 13:12


[파이낸셜뉴스] 분노를 입 밖으로 내뱉는 대신, 방망이에 온전히 실어 보냈다. 메이저리그(MLB) 개막 로스터 진입 실패라는 씁쓸한 잔을 마셨던 김혜성(27·LA 다저스)이 마이너리그 무대를 그야말로 '폭격'하며 완벽한 무력시위를 펼쳤다. 다저스 수뇌부의 옹색했던 변명이 단 한 경기 만에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김혜성은 29일(한국 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치카소 브릭타운 볼파크에서 열린 앨버커키 아이소톱스(콜로라도 로키스 산하)와의 트리플A 경기에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5안타 1타점 4득점이라는 게임 같은 성적표를 제출했다.

전날 개막전에서 마수걸이 안타를 신고하며 예열을 마친 김혜성의 방망이는 이날 1회부터 불을 뿜었다. 1회말 상대 선발의 커터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뽑아낸 것을 시작으로, 3회말에는 빠른 발을 살린 내야 안타로 출루하며 득점까지 올렸다.

백미는 팀이 4-6으로 뒤진 4회말이었다. 1사 1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혜성은 상대 좌완 불펜 카슨 스키퍼의 실투성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벼락같이 잡아당겨 1타점 2루타를 작렬시켰다. 득점권에서의 클러치 본능이 빛난 완벽한 장타였다.


이후 6회말 중전 안타, 8회말 몸쪽 커브를 받아친 중전 안타까지 쉴 새 없이 몰아친 김혜성은 이날 팀이 올린 13점 중 무려 4득점을 홀로 책임지며 13-6 대역전승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두 경기 만에 트리플A 타율은 무려 0.600(10타수 6안타)로 치솟았다.

불과 며칠 전,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구단 수뇌부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407을 맹타를 휘두른 김혜성을 마이너리그로 내리며 "삼진이 많고 볼넷이 적다. 스윙 자세 수정이 필요하다"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웠다. 1할대 타율(.116)의 알렉스 프릴랜드를 개막 로스터에 남기기 위한 '억지 춘향'식 변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김혜성은 좌절하지 않았다. "스윙을 고치라"는 구단의 지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완 선발의 커터, 좌완 불펜의 슬라이더, 몸쪽 꽉 찬 커브 등 투수의 좌우와 구종을 가리지 않고 안타를 생산해 냈다. 콘택트 능력 하나만큼은 이미 빅리그 최정상급이라는 것을, 오클라호마의 흙먼지 속에서 스스로 증명해 낸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화려한 개막전이 열리던 날, 트리플A 경기장으로 향해야 했던 선수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김혜성은 그 억울함을 가장 야구선수다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5타수 5안타. 타율 6할. 이 압도적인 숫자는 김혜성이 다저스 벤치를 향해 날리는 가장 강력하고 우아한 '어퍼컷'이다. 안타를 치지 못하는 타자들의 '눈야구'에 집착하던 다저스가, 과연 언제까지 이 매서운 방망이를 마이너리그에 썩혀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혜성의 빅리그 콜업 시계는 이미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