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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사위’에서 배구계의 ‘슈퍼 명장’으로… 박철우가 증명한 리더의 품격

6승 12패 절망을 ‘승률 78%’ 기적으로 바꾼 박철우 매직 ‘신치용의 사위’를 넘어 스스로 증명한 준비된 명장의 그릇 ‘대행’ 꼬리표는 사치… 배구계가 얻은 가장 뜨거운 ‘슈퍼 스타’

2026.03.29 23:04

[파이낸셜뉴스] 다음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결과는 아쉽지만 과정은 너무나 행복했다."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직후, 초보 감독대행은 의연했다.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선수들의 뒤에 서는 것을 택했던 리더. 박철우 감독대행은 올 시즌 V리그가 발견한 가장 위대한 수확이자, 새로운 '슈퍼 명장'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현역 시절 V리그 역대 최다 우승을 이끌었던 레전드지만, 지도자로서의 박철우는 철저한 '초보'였다. 2024년 은퇴 후 해설위원을 거쳐 코치복을 입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 팀이 6승 12패로 곤두박질치던 최악의 위기 속에서 그는 무거운 지휘봉을 건네받았다. 모두가 우려의 시선을 보낼 때, 그는 조용히 팀의 체질을 바꾸기 시작했다.


반전의 핵심은 '형님 리더십'과 '디테일'이었다. 훈련장 밖에서는 한없이 편안한 형님으로 다가가 외국인 선수들까지 하나로 묶어냈고, 코트 안에서는 라커룸의 미세한 공기 흐름과 선수들의 표정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세밀함을 보였다. 베테랑과 신인을 가리지 않는 적재적소의 기용, 세터 한태준을 향한 무한한 신뢰,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과감하게 신인 손유민을 투입하는 승부사적 기질까지.

장인인 신치용 전 감독의 '우승 DNA'를 넘어, 박철우만의 새로운 배구 철학이 코트 위에 만개했다.

그 결과는 승률 78%와 원정 9연승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돌아왔다. 패배 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은 박철우의 믿음 아래 V리그 판도를 뒤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성장했다.


이제 공은 구단에게 넘어갔다.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내고,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봄 배구까지 진출시킨 지도자에게 '대행'의 꼬리표를 계속 달아두는 것은 배구계의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감독 승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사실 잡지 않아도 큰 상관은 없다.
만약 우리카드가 그를 붙잡지 않는다면, 역량 있는 '젊은 명장'을 노리는 타 구단들의 치열한 영입전이 펼쳐질 것이 자명하다.

우리카드의 봄은 끝났지만, 지도자 박철우의 진짜 배구는 이제 막 막을 올렸다.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선수의 공을 높이는 따뜻한 명장. V리그는 지금, 배구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스타 감독'의 위대한 탄생을 목도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