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홍명보호가 격전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려 환하게 웃는 선수들의 공항 입국 사진에만 주목할 때가 아니다.
홍명보호가 첫 발을 내딛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는 겉보기와 달리 산소가 희박한 '소리 없는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사상 첫 원정 8강을 향한 홍명보호의 진짜 본선 무대는 공항 문을 나선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발대는 19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국제공항에 도착해 본격적인 월드컵 체제로 전환했다. K리그 무대를 누비던 이동경, 조현우(이상 울산) 등 6명의 K리거와 시즌 종료 후 국내에서 몸을 만들어온 배준호(스토크시티), 엄지성(스완지시티), 백승호(버밍엄시티) 등 해외파 3명을 포함한 총 9명의 주축 선수들이 먼저 결전지 전초기지에 깃발을 꽂았다. 여기에 홍 감독이 미래를 보고 택한 3명의 유망주 훈련 파트너도 동행했다.
사전 캠프에 여장을 푼 대표팀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고지대 적응'이다. 대표팀이 2주간 머물 솔트레이크시티는 해발 약 1460m의 고지대다. 평지보다 산소 압력이 낮아 조금만 뛰어도 심장이 터질 듯한 압박감이 찾아오는 곳이다.
홍 감독이 굳이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이유는 철저한 계산 때문이다. 조별리그 1, 2차전이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 역시 해발 1,500m의 혹독한 고지대다. 기온, 습도, 시차는 물론 산소 희박도까지 과달라하라와 완벽하게 판박이인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미리 폐활량을 한계치까지 늘려놓지 않으면 본선에서의 생존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홍 감독은 우선 2~3일간 선수들의 생체 데이터를 면밀히 점검한 뒤, 서서히 훈련 강도를 지옥문 앞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완전체 홍명보호가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소속팀 일정을 소화 중인 유럽파 핵심 자원들은 24~25일에 걸쳐 순차적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가장 큰 변수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다. 이강인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31일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라는 대업을 완수해야만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유럽파 선수들이 시차와 피로를 안고 고지대에 연이어 합류하는 만큼, 먼저 도착한 K리거 선발대와의 전술적 융화와 체력적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벤치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대표팀은 이곳에서 한국시간 31일 오전 10시 트리니다드토바고, 6월 4일 오전 10시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브리검영대 BYU 사우스 필드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상대가 다소 약하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지만, 본질은 상대의 이름값이 아니라 고지대 환경에서 전술을 수행할 수 있는 실전 체력을 다지는 데 있다.
모든 담금질이 끝나면 홍명보호는 6월 5일 진짜 결전지인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입성한다. 그리고 6월 12일 체코전을 시작으로 멕시코(19일), 남아프리카공화국(25일)과 피 말리는 A조 조별리그 생존 게임을 벌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홍명보호의 실험이 통쾌한 이변의 드라마로 완성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유타주의 고원 지대로 향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