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체'의 살인죄

2026.05.29 11:07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는 서울 도심 초고층 빌딩에서 발생한 생물학적 테러로 좀비가 되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정보가 공유되면서 진화하는 좀비들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의 불완전성이 더 인간적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작품 속에서, 서영철(구교환 분)은 바이오 회사 대표에게 의문의 약품을 주사기로 주입하여 좀비로 만들고 다른 사람들도 좀비가 되게 합니다. 이와 같이 생물학적 테러를 통해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것은 살인죄에 해당할까요?



사람을 살해하면 살인죄가 성립합니다. 살인죄에서 ‘사람’은 가해자 이외의 타인을 의미합니다. 자기가 자신을 살해하는 것은 자살로서 살인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출생 후 사망 전의 생명이 있는 자연인이면 생존능력 유무나 국적, 남녀노소 등을 불문합니다.

태아가 사람이 되는 시기는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태반으로부터 이탈하기 시작할 때, 즉, 분만이 개시된 때부터 사람이 됩니다. 제왕절개수술에 의한 분만의 경우에는 의사가 자궁을 절개할 때부터 태아는 사람이 됩니다.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때부터 분만이 개시되기 전까지가 태아입니다. 이러한 태아를 살해하면 살인죄가 아니라 낙태 관련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낙태란 태아를 자연적인 분만기에 앞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태아를 모체 안에서 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자연분만 중인 태아를 과실로 질식사하게 하였다면, 의사에게는 낙태 관련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과실치사죄가 성립합니다. 태아는 분만이 개시되면서부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망하여 사체가 되는 시기는 대뇌, 소뇌, 뇌간 등 모든 뇌기능이 종국적으로 정지한 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은 분만이 개시된 때부터 모든 뇌기능이 종국적으로 정지한 때까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망하면 ‘사체’가 되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살해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체를 살해해도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체에 대한 범죄는 살인죄가 아니라 사체손괴죄, 사체유기죄, 사체은닉죄 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 형벌의 하나로 행해졌던 부관참시처럼 누군가가 사망한 사람의 무덤을 파고 관을 꺼내어 시체를 베거나 목을 잘랐다면 분묘발굴죄와 사체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시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살인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살인죄의 ‘살해’는 고의로 사람의 생명을 자연적인 사망 시기보다 앞서서 단절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을 살해한 후에 시체를 발견이 어려운 인적이 드문 장소에 버리면 살인죄와 사체은닉죄가 성립합니다. 그렇지만 인적이 드문 장소로 사람을 끌고 가서 살해한 후에 방치하면 살인죄만 성립합니다.



영화 속의 좀비를 뇌사하여 사망한 상태라고 본다면, 서영철이 생물학적 테러로 바이오 대표를 좀비로 만든 것은 살인죄가 됩니다.
그 좀비를 통해서 여러 사람을 좀비로 만들었기 때문에 좀비로 된 사람 수 만큼 살인죄가 성립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좀비가 되어도 뇌 기능이 작동하고 있어서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정신이 온전치 못해도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없듯이), 서영철에게는 중상해죄나 살인미수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좀비가 되는 것을 사망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성립되는 범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군체’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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