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남아공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을 치른다. 현재 1승 1패(승점 3)로 조 2위인 한국은 최소 무승부만 거둬도 32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유리함에 취해 비기려는 수비적인 운영은 파멸을 부를 수 있다. 객관적 전력에서 FIFA 랭킹 24위인 한국이 61위인 남아공을 압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 최하위에 처진 남아공 역시 승리할 경우 경우의 수에 따라 32강에 오를 수 있어 사활을 걸고 덤벼들 것이 자명하다.
지난 멕시코전에서 한국은 전반전 상대를 압박하며 대등한 흐름을 주도했다. 점유율에서 51%로 앞섰고 패스 510개를 성공시켰다. 슈팅도 9개로 상대보다 많았다. 그러나 후반 5분 수문장 김승규(FC도쿄)와 수비수 이기혁(강원FC)의 동선이 겹치는 뼈아픈 실수로 헌납한 한 골에 무릎을 꿇었다.
이강인(PSG), 황희찬(울버햄튼) 등 주축 선수들은 이 패배를 보약 삼아 반드시 남아공을 잡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중원의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과 핵심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역시 흔들림 없는 멘탈로 훈련에 매진하며 최종전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감한 전술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부진에 빠져 있는 손흥민의 득점포 가동이다. 손흥민은 멕시코전에서 슈팅 0개에 그치며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벤치의 전술적 희생양이라는 평가가 많다. 손흥민은 두 경기 연속 끊임없이 뒷공간으로 스프린트하며 수비진의 체력을 갉아먹는 데 주력했다. 그의 헌신 덕에 수비라인은 전진하지 못했고 2선의 선수들에게 공간이 열렸다. 지난 체코와의 1차전에서도 황인범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질 당시, 상대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끌어당겨 완벽한 공간을 창출해낸 것은 다름 아닌 손흥민의 헌신적인 오프 더 볼 무브먼트였다. 골 가뭄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그를 측면 윙어로 배치하거나 확실한 스트라이커와 짝을 이뤄 득점에 집중하게 만드는 홍 감독의 전술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많은 전문가들이 하고 있다.
21일 축구통계 전문매체 '옵타'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가능성은 91.22%에 달한다. 32강에 오르기만 한다면 대표팀의 32강 경기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바뀌게 된다. 선수들의 숨통을 조였던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를 벗어나 평지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분명한 호재다. 더욱이 LA는 거대한 한인사회가 형성되어 있고, 손흥민의 소속팀(LA FC) 연고지이기도 하다. 일방적인 응원도, 야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요일에 열리는 경기 일정까지 더해져 사실상 안방과도 같은 홈어드밴티지를 누릴 수 있다.
32강 상대는 B조 2위가 유력한 스위스 혹은 캐나다다. 유럽 팀인 스위스가 다소 껄끄럽지만, 최근 한국 축구가 힘을 앞세운 유럽 팀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승리를 기대할 만하다. 멕시코전의 패배가 뼈아프지만 모든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태극 전사들의 발걸음이나 표정이 결코 어둡지 않은 이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