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감사 처분에 불복해 소송전까지 벌이며 버틴 대가는 가혹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한국 축구를 향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축구협회의 행정적 무능과 부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서슬 퍼런 개혁의 신호탄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지, 무엇이 우리의 발목을 잡은 근원이었는지, 그동안 숱하게 이야기해온 수많은 논의들을 정리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전면 조사를 예고했다. 이어 오후 늦게 추가 글을 올려 "온 국민의 희망과 자부심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축구 행정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최 장관은 특히 "참담한 이번 결과가 어떤 원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전문가들로 하여금 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과정에 드러나는 무능과 부실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엄중히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32강 탈락을 단순한 현장 사령탑의 전술 실패를 넘어, 축구협회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낳은 구조적 참사로 규정하고 대수술을 집도하겠다는 의미다.
문체부의 이 같은 고강도 압박은 지난 2년간 이어온 축구협회와의 갈등 끝에 나온 최종 통첩이다. 문체부는 지난 2024년 7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을 계기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했고, 같은 해 11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사법부에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정부의 처분에 정면으로 불복했다.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은 가처분 인용 결정을 발판 삼아 기어이 4연임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꼼수로 버틴 성벽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이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 처분이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축구협회의 명분은 완전히 꺾였다. 법원의 판결과 싸늘한 민심에 밀린 정 회장은 결국 지난달 "북중미 월드컵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백기투항을 선언했다.
인적 쇄신을 넘어 축구 행정 시스템 자체를 뿌리부터 뜯어고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 최 장관은 "축구협회가 앞으로는 축구인들에 의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어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철저히 하고 공공의 감시 및 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유소년 육성 체계부터 심판 역량 강화, 첨단 기술 인프라 지원까지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을 전면 재설계하겠다는 중장기 투자 계획도 덧붙였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