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 축구의 헌신을 상징하는 베테랑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이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조기 탈락이라는 뼈아픈 결과 앞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운명의 최종전에서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벤치에서 조국의 32강 탈락을 지켜봐야 했던 그의 고백은 팬들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이재성은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월드컵 기간 동안 저와 대표팀을 향해 진심 어린 응원과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자신을 향한 맹목적인 응원 앞에서도 그는 변명이나 핑계 대신 묵직한 사과를 택했다. 이재성은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 승리의 기쁨이 아닌 패배의 아픔을 전해드리게 돼 정말 죄송하다"며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아쉬움을 삼켰다.
이번 월드컵은 이재성 개인에게도 진한 아쉬움과 물음표가 남는 대회다. 한국은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으나, 멕시코(0-1 패)와 최약체 남아프리카공화국(0-1 패)에 연이어 일격을 당하며 1승 2패(승점 3) 조 3위로 대회를 조기 마감했다. 이재성은 체코와 멕시코전에서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든든하게 책임졌지만, 정작 승리가 가장 절실했던 남아공과의 최종전에서는 끝내 벤치를 지키며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이재성은 "하루라도 더 오래 이 축제를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 큰 욕심이었던 걸까"라고 자조 섞인 물음을 던지며,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결말이라 지금은 받아들이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며 솔직한 절망감을 토해냈다.
그럼에도 베테랑은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하지만 이 또한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여러분께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훗날을 기약했다.
비록 34위 참사라는 역사적 오점과 함께 짐을 쌌지만, 실패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묵묵히 팬들을 향해 진심을 전한 베테랑의 품격만큼은 잿빛으로 변한 한국 축구에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