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역사적 참사 앞에서도, 변명 대신 십자가를 홀로 짊어진 '캡틴' 손흥민(LA FC)의 진심은 전 세계를 울렸다. 단순히 축구 팬들의 안타까움을 넘어, 세계적인 정신의학 석학마저 그의 성숙한 사과문에 심리학적 진단과 함께 묵직한 찬사를 보냈다.
과거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친숙한 나종호 미국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최근 손흥민이 SNS에 게재한 대국민 사과문에 직접 댓글과 별도의 분석 글을 남기며 상처 입은 주장을 위로했다.
나 교수는 댓글을 통해 "손흥민 선수의 눈물을 참 좋아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눈물조차 흘리지 못할 만큼 허탈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패배 직후 감정조차 메마른 채 멍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손흥민의 내적 고통을 짚어냈다.
그럼에도 절망을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 태도에 극찬을 보냈다.
나 교수는 "늘 응원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멋진 어른의 본보기'를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며 "손흥민 선수도, 다른 선수들도, 또 우리 국민들도 이 어려움을 딛고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고 전했다.
특히 나 교수는 손흥민이 사과문에서 언급한 "늘 말해왔던 '어린아이의 꿈의 무대'가 무너져 내린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하다"는 대목에 정신의학적 시선을 집중했다.
그는 별도 게시물을 통해 "내 안의 어린아이(inner child)를 만나고, 대화하고, 치유하는 것은 실제 심리치료에서 흔히 사용하는 핵심 기법"이라며 "과거 블랙핑크 로제나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이재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내 안의 어린아이'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정신과 의사로서 벅찼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그 완벽히 반대편에 있는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손흥민 선수의 글에서 마주하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며 "부디 손흥민 선수의 마음속에 상처 입은 그 어린아이가 다시 치유받을 수 있는 계기가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찾아오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넸다.
지도력 부재로 일관했던 사령탑은 비난 속에 쓸쓸히 사퇴했고 대표팀은 34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짐을 쌌지만, 손흥민은 단 한 줄의 핑계도 대지 않았다. 비록 축구선수로서 꿈꾸던 마지막 월드컵의 무대는 차갑게 무너져 내렸을지언정,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 그가 보여준 '멋진 어른의 품격'은 우리 사회에 성적 이상의 깊은 감동과 위로를 남기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