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역대 최악의 성적인 34위로 월드컵 조기 탈락이라는 참사를 빚은 홍명보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거센 후폭풍과 숱한 의혹을 뒤로한 채 돌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쓸쓸한 사퇴의 변을 남기고 귀국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홍 전 감독은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전격 출국했다. 지난달 30일 김민재, 이강인 등 대표팀 본진과 함께 어두운 표정으로 귀국장을 빠져나갔던 그가, 성난 민심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도망치듯 한국을 떠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출국 전 홍 전 감독은 언론을 통해 "선수단 전체적으로 내분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캡틴 손흥민을 비롯한 핵심 선수들과의 갈등설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멕시코와 2차전 직후 라커룸에서 벌어진 일을 제보받았다"며 갈등 가능성을 시사해 파장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일부 취재진의 손흥민 병역 비하 발언 직후 불거진 선수단 차원의 '인터뷰 보이콧' 유지 여부를 두고, 홍 전 감독과 손흥민 사이에 강한 이견과 충돌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홍 전 감독은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출국장으로 향하며 불신만 더욱 키웠다.
게다가 정치권의 칼날이 축구협회를 정조준하고 있는 아슬아슬한 시점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홍 전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을 증인으로 세우는 청문회와 현안 질의를 강도 높게 검토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홍 전 감독은 국민에게 월드컵 결과를 설명할 명백한 의무가 있다. 국회가 부르면 반드시 나와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홍 전 감독은 청문회 참석 여부를 묻는 질의에 "귀국 날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확답을 피했다.
한국 축구를 잿더미로 만든 처참한 성적표, 캡틴과의 불화 의혹, 그리고 국회의 진상 규명 요구까지. 이 모든 무거운 짐을 한국 땅에 내팽개치고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버린 전임 사령탑의 무책임한 행보에, 축구 팬들의 공분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