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예기치 못한 '0-5 참사'의 충격은 이미 털어냈다. 사령탑의 시선은 오직 가장 높은 곳에서 다시 만날 숙적 일본을 향한 '완벽한 복수'에 고정되어 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26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중국을 9-2로 완파하고 대망의 결승 무대에 안착했다. 전날 일본 실업(사회인) 야구 대표팀에 당한 0-5 완패의 충격을 딛고 슈퍼라운드 전적 2승 1패를 기록, 대만을 꺾고 3전 전승으로 1위에 오른 일본과 금메달을 놓고 운명의 리매치를 벌이게 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류지현 감독의 표정에는 전날의 아쉬움과 내일의 전의가 교차했다. 류 감독은 "이번 대회 목표가 6전 전승이었는데, 일본전에서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씁쓸히 돌아보면서도 "대회를 앞두고 일본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고 파악했고, 결국 결승전에서 만날 것이라 예상했다. 내일 결승전에서는 꼭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며 단호한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중국전은 경기 시작 전부터 쏟아진 폭우로 1시간이나 지연되는 악재 속에 출발했다. 선수들이 제대로 몸조차 풀지 못한 여파는 선발 투수 최민석(두산)의 1회초 제구 난조와 선취점 허용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벤치의 빠른 판단과 최민석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 류 감독은 "1회에는 최민석의 투심 패스트볼이 상대 타자들에게 정타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곧바로 다른 패턴을 준비했고, 변화구 구사를 늘리면서 7회까지 잘 막아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최민석이 7이닝을 1실점으로 버텨준 것은 결승전을 앞둔 대표팀 투수진에 천금 같은 단비가 됐다.
류 감독 역시 "어제 일본전에서 필승조 투수 소모가 있었기에 최민석이 최대한 이닝을 길게 끌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7이닝을 온전히 책임져 주면서 내일 일본전 준비에 큰 힘이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운드의 쾌투와 함께, 타선의 핵심 자원들이 서서히 기나긴 잠에서 깨어난 점도 고무적이다. 대회 내내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김도영(KIA), 문현빈, 노시환(이상 한화)이 나란히 안타를 신고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특히 류 감독은 홈런왕 김도영의 반등에 묵직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류 감독은 "다른 것보다 김도영이 마지막 타석에서 질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내일 결승전에서 김도영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운드는 아껴뒀고, 타선의 혈은 뚫렸다. 아시안게임 5연패라는 대업과 참사 설욕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걸린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은 27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