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스 함무라비’라는 드라마가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판사들의 세계뿐만 아니라 재판과정에서 우리 현실세계를 극적으로 보여줘 큰 공감을 얻은 결과로 보인다. 특히 문유석 부장판사의 압축적인 문체와 이를 표현한 성동일, 김명수(엘), 고아라의 고급스런 대사는 감동을 더욱 극적으로 이끌어낸다. 한번 이 드라마 속 법률문제를 실무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아이들은 아빠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드라마 속 한부장이 판결 선고 전 양육권소송을 제기한 원고에게 한 말이다. 아이 아빠는 어려서 고아원에 버려져 외롭고 힘들었지만, 꿈을 갖고 열심히 살아 중장비기사가 됐고, 9살, 7살의 두 딸을 키우며 가정을 잘 일군 사람이다. 그에게 아이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마당 넓은 집에서 사랑하는 애들을 키우고 싶다는 다음 목표를 위해서 더욱 일에 매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랜 시간 아내와의 거리도 계속 멀어지고 있음은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아내는 부정행위를 하다가 발각됐고, 남편의 이혼청구로 이혼이 됐지만 1심에서 유책배우자인 아내에게 양육권이 인정됐다. 이는 아이들이 딸이고 10살도 되지 않아 매우 어리다는 점, 엄마가 그 동안 아이 양육을 도맡아 했고 전혀 문제가 없었던 점,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받는다면 경제적 양육환경도 보강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판결이다.
법원은 보통 양육자 결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시에는 가사조사명령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양육환경조사명령이다. 가사조사관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아이들의 양육 상황을 확인하고, 양육자 면담을 통해 양육의사를 확인하며 이후 양육계획 등을 확인함으로써 적합한 양육자를 결정하는 직권증거조사절차이다. 각 당사자는 자신만의 양육계획서를 작성, 제출해 양육자로 충분히 적합함을 소명하게 된다.
양육계획서는 보조양육자 유무, 양육권자의 실제 양육가능시간, 친밀도 등의 자연적 양육환경, 양육자의 직업 등 경제적 능력과 직업 안정성, 자산상태 등의 경제적 양육환경 및 미래 중장기 양육계획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종합적 심리를 통해서 양육권자가 결정된다.
다만 그렇게 양육권자가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가정을 위해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온 아빠로부터 아이들을 빼앗는 것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 물론 드라마 속에서 아빠는 양육자 변경을 위해 항소를 한다. 이 드라마에서 한부장은 고뇌하지만, 결국 아이 엄마를 양육권자로 결정한다.
법정에서의 한부장의 말처럼, 아이들은 아빠를 기다려주지 않고 너무나 훌쩍 커버린 것이다. 아빠가 꿈꾼 마당 넓은 집은 아이들의 꿈이 아니다. 아이들은 이미 자기 세계 속에서 자기 꿈을 꾸기 시작했고, 아빠는 고통스럽지만 아이들의 세계를 지켜주기 위해 양보해야 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주한 대표변호사 홍승훈